KBO리그 심판 매수·경기조작의 진실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7월 3일 05시 30분


2일 두산 김승영 사장과 A심판의 4년 전 금전거래 사태가 불거진 가운데 대가성 여부와 KB0의 사건 처리를 놓고 후폭풍이 뒤따르고 있다. 김 사장은 2013년 10월16일 두산-LG 플레이오프 1차전(사진)을 앞둔 시점에서 개인곤경에 빠진 A심판에게 300만원을 건넸다고 시인했다. A심판은 당시 1차전에서 주심으로 출장했다. 스포츠동아DB
2일 두산 김승영 사장과 A심판의 4년 전 금전거래 사태가 불거진 가운데 대가성 여부와 KB0의 사건 처리를 놓고 후폭풍이 뒤따르고 있다. 김 사장은 2013년 10월16일 두산-LG 플레이오프 1차전(사진)을 앞둔 시점에서 개인곤경에 빠진 A심판에게 300만원을 건넸다고 시인했다. A심판은 당시 1차전에서 주심으로 출장했다. 스포츠동아DB
2013년 10월 중순, KBO A심판은 늦은 오후에 두산 김승영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음주 후 싸움이 나서 합의금이 필요하다’며 300만원 송금을 부탁했다. 김 사장은 고심 끝에 A심판이 알려준 ‘피해자 계좌’로 공금이 아닌 사비 300만원을 입금했다. 이 300만원 송금은 두산과 KBO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KBO리그 심판위원회는 베테랑 심판들을 포스트시즌에 배정한다. 경기 직전까지 외부에 공개하지 않지만 당시 A심판은 팀장으로서, 2013년 포스트시즌에 투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돈이 입금된 시점은 두산이 LG와 플레이오프(PO) 1차전을 치르기 직전이었다. 개인의 사비라고 하지만 돈을 빌려준 시점은 PO를 앞뒀다는 점에서 충분히 오해를 살만하다. 공교롭게도 A심판은 1차전 주심을 맡았다.

시점을 떠나 구단 관계자와 심판간의 금전거래는 엄격히 금지된다. 결국 KBO 규약을 어긴 것이다. 이는 리그 전체의 신뢰를 떨어트릴 수 있는 잘못된 행동이다. 김승영 사장은 지난달부터 언론보도로 알려지기 시작한 이 논란에 대해 2일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공개된 사실을 기반으로 분명하게 밝혀져야 할 부분은 300만원의 대가성 여부다. 과연 두산이 승리를 위해 심판을 매수한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금전거래 혹은 갈취였는지를 파악하는 게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스포츠동아DB
스포츠동아DB

● 두산이 심판을 매수한 것일까?

KBO리그는 그동안 심판매수와 관련해 청정 스포츠였다. 지방경기가 끝난 후 심판들은 원정구단 관계자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단골집만 찾아다니며 늦은 저녁을 해결하곤 한다. 같은 식당에 있는 것조차 불필요한 오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A심판은 달랐다. 한 야구인은 “A심판이 도박에 빠져 빚이 많았다. 여기저기 100만원, 200만원, 300만원씩 다 빌리고 다녔다. 스스로 인생을 망쳤다”며 “그렇지만 매수돼 판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없다. 심판이 장난을 치면 가장 먼저 심판들이 알고, 경기감독관이 알고, 현장에 있는 취재진이 안다. 매수를 하려면 심판조 전원을 해야 하는데 가능 하겠나”고 말했다.

김승영 두산 사장은 “같은 야구단 출신 심판원의 호소에 숙고할 겨를 없이 개인계좌에서 급히 인출해 빌려줬다. 며칠 후 재차 급전을 빌려달라고 요청에 합의금이 급하다는 이야기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사장이 강조하고픈 것은 대가를 바란 게 아니라는 점과 개인적인 차원이라는 점이다.

● A심판 증언으로 KBO 전수조사

A심판은 결국 2013년 시즌 후 채무문제로 KBO리그에서 퇴출됐다. 철저히 은둔생활을 하던 A심판은 지난해 8월 ‘심판과 구단의 금전거래’의혹이 보도된 후 KBO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요청했고, A심판의 거처인 인천으로 KBO 관계자가 찾아갔다. A심판은 KBO 관계자에게 “개인적인 채무로 동료 심판들이 오해를 받아 참담하다. 승부·경기조작은 절대 없었다. 인생이 엉망이 됐지만 그라운드에서 만큼은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 센터장은 “A심판이 개인적으로 야구인들에게 급전을 빌렸지만 경기조작과는 무관하며 개인적으로 빌린 것이라고 말했다”며 “KBO 차원에서 모든 심판과 각 구단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금전거래 여부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또한 KBO는 A심판이 배정된 경기를 수차례 모니터링 했다. 그러나 의혹을 확인할 수 없었다. 각 구단에도 전수 조사를 요청했고, 두산은 KBO에 ‘임직원 한 명이 돈을 빌려준 사실이 있다’고 밝혀 해당 팀 경기에 참가한 A심판의 판정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기도 했다.

KBO는 3월 관련 사실을 상벌위원회에서 안건으로 논의했고, 개인 갈취로 결론 냈다. 그러나 이를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더 키웠다. KBO는 곧 문화체육관광부에 이 문제에 대한 경위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