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파키아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3일 03시 00분


호주 무명복서와 세계타이틀전… 도전자 투지에 고전하다 충격패

8체급 석권에 빛나는 아시아의 복싱 전설 매니 파키아오(39)의 시대는 저무는가. 대전료 50만 달러(약 5억7000만 원)를 받기로 한 호주의 무명 복서가 최소 1000만 달러(약 114억 원)의 대전료를 챙기기로 한 필리핀의 복싱 영웅 파키아오를 누르고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다.

파키아오는 2일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의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프로복싱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타이틀매치에서 도전자 제프 혼(29)의 저돌적인 투지에 고전하며 0-3(111-117, 113-115, 113-115) 심판 전원일치 판정패했다. 60번째 승리를 장담했던 파키아오는 충격의 패배를 당하며 통산 59승(38KO) 2무 7패를 기록했다.

고향인 브리즈번의 학교에서 임시 체육 교사를 하다가 이번 대진이 성사되자 사표를 낸 혼은 절실한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5만5000명의 관중 앞에서 1라운드부터 앞뒤 보지 않고 거칠게 몰아붙였다. 연타를 장기로 하는 파키아오에게 연타를 휘두르며 맞섰다. 혼은 먼저 스트레이트와 훅을 뻗으며 접근전을 시도한 뒤 파키아오가 자신의 복싱을 구사할 틈을 주지 않았다. 전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플라이급 챔피언을 지낸 유명우 해설위원은 “판정을 의식하지 않고 맞불 작전으로 나온 혼의 전략에 파키아오가 당황했다”고 분석했다. 혼의 트레이너인 글렌 러시턴은 경기 전 “파키아오가 한 대 때리면 혼은 더 많이 때릴 것”이라며 난타전을 예고했다.

혼은 9라운드 파키아오에게 연타를 허용해 그로기 상태까지 몰렸지만 가까스로 기운을 차린 뒤 10∼12라운드를 버텨냈다. 혼은 17승(11KO) 1무로 무패 기록을 이어가며 복싱 인생 최고의 날을 경험했다. 뜻밖의 패배를 당한 파키아오는 경기 후 “판정에 승복한다. 다음에 더 준비를 해서 상대를 하겠다. 혼과 재경기를 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매니 파키아오#프로복싱 세계복싱기구#웰터급 타이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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