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換骨奪胎). 지금의 한화 타선을 설명하기에 가장 알맞은 사자성어다. 올 시즌 한화가 김성근 전 감독과 함께한 43경기,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에서 치른 34게임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타선 집중력의 부재로 득점에 어려움을 겪던 팀이 연일 장타쇼를 선보이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김 전 감독의 퇴진 이전과 이후 확 달라진 한화의 타격지표를 살펴봤다.
● 리그 하위권의 타선, 득점루트가 없었다
올 시즌 개막전인 3월31일 잠실 두산전부터 김 전 감독이 마지막으로 지휘했던 5월21일 대전 삼성전까지 43경기에서 한화는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이 기간에 홈런(30개)과 장타율(0.394), 총 장타수(109개) 8위, 타점(183타점)과 득점(194점) 7위, 타율(0.279)과 OPS(0.738)는 6위였다. 또 리그에서 2번째로 많은 345개의 잔루를 기록했다. 득점권에서는 타율 8위(0.272), 타점 7위(147타점)였고, 홈런은 리그에서 가장 적은 7개였다. 그러다 보니 득점생산력(4.76)도 6위에 그쳤다. 팀 성적도 18승25패(승률 0.419)로 9위였다.
● 다시 살아난 장타군단의 위력
공교롭게도 이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5월23일 대전 KIA전부터 34경기에선 홈런(48개)과 OPS(0.858) 2위, 타율(0.306)과 타점(194타점), 득점(208점), 장타율(0.489)은 3위, 총 장타수(117개)와 득점권타율(0.331)은 4위다. 잔루는 254개로 리그에서 3번째로 적다. 이 기간에 팀 성적은 16승17패1무(0.485)로 승률이 5할에 가깝다. 특히 이 감독대행 체제를 시즌 끝까지 유지키로 결정한 6월13일 이후 한화의 타격 지표는 경이적인 수준이다. 홈런(37개)과 장타율(0.572) 1위, 타율(0.324)과 타점(121타점), 득점(128점), OPS(0.961), 장타수(73개)는 2위다. 잔루는 114개로 리그에서 3번째로 적다. 이 기간에 팀 성적은 10승6패로 승률이 0.625다.
● 달라진 짜임새를 보라!
타선의 짜임새도 달라졌다. 6월13일 이후 한화는 진루타율 2위(0.502), 선두타자 타율 4위(0.318), 대타타율 1위(0.438)를 기록 중이다. 주자 있는 상황에서 20회 이상 타격한 선수 가운데 6할대의 진루타율을 기록 중인 타자가 하주석(0.650), 김태균(0.692), 양성우(0.636)의 3명이다. 잔루는 줄고 진루타는 늘었다. 당연히 득점확률이 올라간다. 이 기간에 7.64의 득점생산력(2위)과 득점권에서 타율(0.378) 3위, 홈런 공동 1위(11개), 타점 2위(88타점)의 성적이 그 증거다.
이는 여러 코치가 돌아가며 배팅볼을 던져주는 등의 밝은 훈련 분위기와 타자들이 고된 훈련에 따른 체력 부담을 덜어낸 것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한 전직 감독은 “한화가 야구를 잘한다. 타자들이 애초부터 잘 칠 수 있었다. 그만큼 현장 분위기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감독대행은 “타자들이 잘하는 것뿐이다. 결정적인 순간에도 주눅 들지 않고 여유가 있다”고 공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