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월드컵’ 컨페드컵도 제패… 칠레 파상공격 막아내고 역습 성공
A매치 102승 뢰프 감독, 또 금자탑
경기가 시작된 오후 9시에도 해는 밝았다. 두 시간 뒤 ‘백야의 도시’에서 어슴푸레해진 하늘을 향해 금빛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팀은 ‘전차 군단’ 독일이었다. 1.5군으로 이뤄진 독일(세계랭킹 3위)이 칠레(4위)를 꺾고 사상 처음으로 컨페더레이션스컵(컨페드컵) 정상에 올랐다.
독일은 3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컨페드컵’ 결승에서 전반 20분에 터진 라르스 슈틴들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 칠레를 1-0으로 꺾었다. 독일은 월드컵에서 4차례나 정상에 오른 축구 강국이지만 ‘미리 보는 월드컵’ 컨페드컵은 2003년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게 최고 성적이었다. 컨페드컵은 지난 월드컵 우승국, 차기 개최국, 그리고 6개 대륙 챔피언 등 8개국이 출전한다. 독일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이었다.
오후 7시 20분 폐막 행사가 시작될 때부터 경기장은 칠레의 안방을 방불케 했다. 얼굴에 국기를 그린 칠레 관중이 국기를 흔들며 “브라보 칠레∼”를 외쳤다. 운집한 5만7268명의 관중 가운데 독일 깃발을 든 이는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안방 같은 응원에 힘이 났던 것일까. 칠레는 시작부터 일방적으로 독일을 밀어붙였다. 칠레 대표팀 간판스타인 알렉시스 산체스와 아르투로 비달을 중심으로 잇달아 골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그림 같은 드리블과 패스에 비해 슈팅은 부정확하고 힘이 없었다. 한동안 자기 진영에서 우왕좌왕하던 독일은 전반 20분 역습 기회를 잡았다. 칠레 수비수 마르셀로 디아스가 허둥지둥 자기 자리로 돌아와 공을 잡았지만 독일의 티모 베르너가 재빠르게 이를 낚아챘고, 칠레 골키퍼 클라우디오 브라보가 골대 왼쪽에 있던 자신을 향해 달려오자 텅 빈 골대 앞으로 달려오던 슈틴들에게 패스했다. 세 살 아이도 골을 넣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칠레는 이날 점유율 61%-39%, 슈팅수 21-8, 유효 슈팅 수 8-3, 코너킥 9-3 등 모든 부분에서 독일을 압도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은 끝내 터뜨리지 못했다.
요하임 뢰프 독일 대표팀 감독(57)은 자신이 왜 당대 최고의 명장인지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번 대회에서 독일 역대 사령탑 최다인 통산 100승(총 102승)을 달성하며 우승까지 차지한 뢰프 감독은 2006년 대표팀을 맡은 뒤 출전한 월드컵과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등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최소 4강을 달성하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27득점, 1실점의 막강한 공격력을 앞세워 6전 전승을 달리고 있는 ‘뢰프호’는 최근 A매치 연속 무패 행진을 ‘15’(12승 3무)로 늘렸다. 뢰프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너무 잘해 준 ‘마법 같은 경기’였다. 자랑스럽다. 이번 대회를 통해 경험과 자신감을 모두 얻었다”고 말했다.
대회 최우수선수가 받는 골든 볼은 독일의 율리안 드락슬러, 득점왕에게 주어지는 골든 부트는 3골 2도움의 베르너, 가장 뛰어난 골키퍼가 수상하는 골든 글러브는 칠레의 브라보가 차지했다. 결승전에 앞서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포르투갈-멕시코의 3, 4위전에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개인 사정으로 빠진 포르투갈이 연장 접전 끝에 2-1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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