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원중(24)에게 올 한해는 프로 인생에 영원히 잊지 못할 시즌이다. 선발투수로서 풀타임 소화, 데뷔 첫 승 등 여러 의미 있는 마수걸이 기록을 시즌 초부터 쏟아냈다. 오르는 성적과 함께 팬들의 관심도 몰렸다. 눈에 띄는 외모에 야구실력까지 갖췄으니 야구를 사랑하는 부산팬들이 가만 놔둘 리 없었다.
여러모로 잘 풀리는 야구 덕분이었을까. 김원중은 5월까지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8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거둔 성적은 3승1패 방어율 3.47이었다. 연일 호투를 펼치며 어엿한 선발투수로 자리매김 하는 듯 했다. 그러나 시련이 곧 들이닥쳤다. 김원중은 6월 들어 체력에서 문제점을 보이며 구위가 크게 떨어졌다. 선발등판한 3경기에서 3연패를 기록해 방어율이 6.36까지 치솟았다. 결국 그는 6월 17일 날짜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체력 회복 차원에서 김원중을 내렸다”며 당시 말소 배경을 설명했다. 김원중은 퓨처스에서 꾸준히 체력을 보강하며 1군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렸다. 최고의 시즌이 될 수 있는 한해를 체력이라는 문제 때문에 발목 잡힐 수는 없었다. 불안한 선발진으로 인해 롯데가 하락세에 접어들자 조 감독은 곧바로 그를 다시 1군으로 불러 올렸다.
김원중은 2일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상대는 리그 단독 2위를 달리고 있는 강팀 NC였다. 복귀 등판으로는 분명 부담스러운 상대였지만 김원중에게는 상대를 가릴 여유가 없었다. 볼넷을 5개나 내주며 간혹 흔들리기는 했지만 위기관리능력을 보이며 6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잡아낸 5개의 삼진이 위력을 발휘했다.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에 NC타자들은 연신 배트를 휘둘렀다.
김원중은 시즌 초까지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썼던 투수다. 갑작스레 등장한 포크볼에 NC 타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4일 포항 삼성전을 앞두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원중은 “포크볼을 (송)승준이 형한테 속성으로 배웠다. 퓨처스로 내려가기 직전인 KIA전에 10개 정도 던졌던 게 실전투구의 전부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잘 들어가는지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다. 결정구로 체인지업과 포크볼을 섞어 쓰니 이전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다”고 덧붙였다.
사실 김원중은 시즌 초까지만 해도 구종 추가에 큰 욕심이 없었던 투수다. 그는 “처음에는 체인지업만 있어도 프로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포크볼을 장착하는 것에 큰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누구보다 포크볼을 사랑하는 투수가 됐다. 포크볼 그립을 줄곧 보여주면서 “나만의 고집이었다. 그 고집을 꺾은 것이 나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었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