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정현(30)은 프로 10년차 투수다. 그는 2007년에 삼성에 입단한 이후 오직 삼성 유니폼만을 입었다. 오랜 세월 사자군단의 일원으로 있었지만 프로에서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입단 후 3년간은 출장기회 자체가 적었고, 이후에는 줄곧 불펜으로 뛰며 한해 30경기 정도를 소화했다.
백정현은 정규시즌을 앞두고 열리는 스프링캠프에서 매년 두각을 드러냈다. 연습경기서 늘 좋은 공을 던져 ‘봄쇼’, ‘오키나와 커쇼’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스프링캠프에서 던지는 공은 미국 메이저리그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에 뒤지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었다. 안타깝게도 정규시즌에는 스프링캠프와 같은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었다. ‘여름성’이라는 팀 별명은 백정현에게는 맞지 않는 수식어였다.
그러나 올해 백정현은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그는 이제 정규시즌에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백정현은 올 시즌 22경기에 등판해 4승1패2홀드 방어율 4.09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것은 대체선발로 투입된 후의 활약이다. 백정현은 올해 6번의 선발등판에서 2승1패 방어율 4.45의 성적을 남겼는데, 기존 선발진이 흔들릴 때마다 호투를 펼쳐 팀의 좋지 않은 흐름을 매번 직접 끊었다.
4일 포항 롯데전에서 그의 활약은 또다시 빛났다. 6연승을 질주 중이던 롯데를 상대로 6이닝 1실점의 쾌투를 펼쳐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바깥쪽 구석을 찌르는 날카로운 직구에 롯데 타자들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경기 후 백정현은 “오랜만에 선발로 등판해 좋은 투구를 했다. 밸런스 유지 훈련을 성실하게 소화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 꾸준한 활약에 대해서는 “예전의 나였다면 지금 시점에서 굉장히 불안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선발등판을 준비하는데 약간의 변화를 줬다. 내 컨디션에 맞춰 준비과정을 바꾸다 보니 안정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남다른 책임감 또한 호투의 비결이었다. 백정현은 “(김)대우가 대체선발 역할을 잘 해주다가 빠졌다. 나는 (김)대우 몫까지 해야 한다. 빠진 사람의 빈자리를 메워야하는 책임감을 강하게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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