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서울)과 이근호, 김승용(이상 강원)은 2000년대 중후반 연령별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2005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와 23세 이하(와일드카드 제외)가 출전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국 축구에 ‘황금세대’란 표현을 등장시킨 이들 셋도 어느덧 서른을 넘겼다.
1985년생 소띠 동갑내기인 셋은 올해 서른둘이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12개 팀 중 등록 선수 평균 연령이 30세를 넘는 팀은 없다.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대구는 24.2세, 가장 높은 상주는 27.7세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축구 선수 나이 서른둘이면 한창때는 넘겼을 시기다.
셋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서울에서 만나 저녁을 함께 먹었다. 4년 만에 K리그로 돌아온 김승용을 반기는 자리였다. 2013년까지 울산에서 뛰던 김승용은 호주와 중국, 태국 리그를 거쳐 이번 시즌 강원 유니폼을 입고 국내 무대에 복귀했다. 저녁 식사 자리를 마치고 헤어질 땐 “나이 먹으니 별수 없구나 하는 소리는 듣지 말자”는 약속을 했다. 셋은 시즌 중에도 틈을 내 저녁 식사를 같이할 정도로 ‘절친’이다.
셋 모두 개막 전 약속을 잘 지키면서 베테랑의 이름값을 하고 있다. 5일 현재 셋 다 공격포인트 2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근호가 공격포인트 7개(5골, 2도움)로 10위, 박주영(6골)과 김승용(2골, 4도움)이 나란히 6개로 18위다. 박주영과 이근호는 공격수이고 김승용은 미드필더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국내 선수만 따지면 셋 모두 공격포인트 10위 이내다.
특히 선발 출전(7회)보다는 교체 투입(10회)이 더 많은 박주영은 지난 시즌에 비해 출전 시간이 꽤 줄었지만 녹슬지 않은 골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 강원의 18경기를 전부 뛴 이근호는 이 중 한 경기를 빼고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을 만큼 아직까진 체력에서도 거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승용은 “스피드를 포함한 운동 능력이나 경기 후 체력이 회복되는 속도를 보면 20대 중후반 때보다는 떨어진다. 하지만 완숙미라고 해야 할까, 경험에서 오는 감각이나 순간적인 판단력은 좀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근호와 김승용은 연령대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것뿐만 아니라 고교 3학년이던 2003년 부평고 전성시대를 이끌기도 했다. 부평고는 당시 전국 대회 3관왕을 차지했다. 같은 해 청구고를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정상으로 이끌며 ‘축구 천재’로 이름을 알린 박주영은 김승용과 프로 초년생 시절을 서울에서 같이 보낸 인연도 있다. ‘85년생 소띠 토종 3인방’이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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