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가 있는 종목에서 순위는 곧 선수의 가치를 뜻한다. 종목과 관계없이 신인 선수들은 지명 순위에 따라 팀 내 입지가 결정된다. 높은 순위에 지명된 선수는 큰 기대를 받지만 낮은 순위에 지명된 선수는 단 한번의 기회를 잡기도 버거운 것이 냉정한 프로의 현실이다.
한국 시각으로 지난달 27일, NBA 어워즈에서 지명 순위의 편견을 뒤집은 선수가 등장했다. 2016년 전체 36순위(2라운드 6순위)에 지명됐던 말콤 브로그던(밀워키)이 NBA 최고 신인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2라운드 지명자인 말콤 브로그던의 신인왕 수상은 반세기만에 나온 기록이었다. 1라운드 지명자가 아닌 선수가 신인왕을 수상한 경우는 1957∼58시즌 8개팀 체제에서 우디 솔즈베리(8라운드 4순위, 전체 60순위)와 1964∼65시즌, 9개팀 체제에서 윌리스 리드(2라운드 1순위 전체 10순위)의 단 두 번뿐이었다. 말콤 브로그던은 21세기 들어 첫 번째 2라운드 수상자가 되며 NBA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브로그던은 대학시절부터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상위 지명이 유력한 선수들은 만 19세가 되는 해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데 비해 말콤 브로그던은 5년 동안 대학 생활을 보낸 뒤 NBA 무대에 도전했다.
드래프트에서 낮은 순위에 지명됐지만, 브로그던은 밀워키에서 자신의 가치를 보여줬다. 상대적으로 가드진이 약한 밀워키에서 후보부터 시작하여 점차 출전시간을 늘려간 브로그던은 시즌 막판에는 주전자리를 꿰차며 자신을 낮게 평가한 NBA 구단들의 시선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브로그던은 향후 발전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평가 받는다. 농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드리블, 패스, 슛 모두 안정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고 긴 팔을 활용한 수비력 역시 뛰어나다. 경기 운영 능력도 신인 선수답지 않은 노련한 운영으로 밀워키의 공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시상식에 선 브로그던은 본인처럼 저평가된 선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오늘의 상이 낮은 평가를 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매년 그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상관없이 평가되지만, 여러분이 신념이 있고, 희생정신이 있다면, 반드시 꿈을 쟁취할 수 있습니다” 라는 수상소감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브로그던의 메시지는 사상 최대의 실업난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청춘들에게도 큰 위로를 전하고 있다. 노력여부와 관계없이 줄 세우기를 당하는 대한민국 청춘들이 브로그던처럼 멋진 반전드라마를 쓸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