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 가수·뮤지컬 배우 서문탁 “승부는 기합! 일단 소리로 반은 먹고 들어가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7월 13일 05시 45분


서문탁이 목검을 들고 중단 자세를 취했다. 그는 “검도는 나이가 들어서도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데 좋은 운동이 될 것 같다. 늙어서도 꾸준히 하고 싶다”며 검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제공 | 서문탁
서문탁이 목검을 들고 중단 자세를 취했다. 그는 “검도는 나이가 들어서도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데 좋은 운동이 될 것 같다. 늙어서도 꾸준히 하고 싶다”며 검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제공 | 서문탁
■ 검도에 빠진 가수·뮤지컬 배우 서 문 탁

요가 배워 보려다 속이 답답해서 검도 입문
타격서 오는 쾌감에 도복 차려입는 재미까지
운동 마치고 묵상…심신 다스리는 좋은 운동
뮤지컬 ‘록키호러쇼’서 관객들과 함께 춤을
본명 이수진으로 밴드 활동…빌보드 노리죠


복싱 애호가로 잘 알려진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 서문탁. 그에겐 최근 새로운 특기가 생겼다. 주먹으로 ‘센 언니’란 타이틀을 쥐더니 이번엔 목검을 휘두르는 검도다. 한 번은 여성미를 한껏 강조할 수 있는 요가도 배워봤다. 하지만 “요가는 미친 듯이 안 맞더라. 어휴, 하다가 속이 답답해서…”라는 그는 결국 ‘거친 세상(?)’으로 돌아와 검을 뽑아 들었다. 워낙에 승부욕이 강한지라 아무래도 격투기 종목이 적성에 맞는 듯 했다. 본인도 “내 성격인 것 같다. 화끈하고 시원시원한 걸 좋아한다”고 인정했다.

● 검도가 왜 좋으냐고요?

제대로 검도를 배운 것은 불과 6∼7개월 정도지만, 완전히 푹 빠져버렸다. 체육관을 가득 채우는 타격음, 정갈하게 차려입은 도복, 턱 밑까지 숨이 차오르는 격렬함. 모든 것이 좋다. 서문탁은 “타격에서 ‘빠박!’하며 느끼는 쾌감이 있다. 또 검도복이 멋있잖아. 도복을 차려입는 재미도 있지”라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호구까지 다 착용하면 장비 무게만 10kg에 이르는데 운동량도 엄청 많다. 원래 땀을 잘 안 흘리는데 검도만 하면 땀이 뚝뚝 떨어진다. 그런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라고 검도의 매력을 늘어놨다.

하늘도 검도인의 운명을 예감한 것인지 타고난 무기도 있다. 오랜 시간 단련한 최고급의 성량이다. 다만 최대한 조심히 다룬다. 본인의 큰 목소리에 다른 사람들이 깜짝 놀랄까봐서다. 서문탁은 “목소리를 100%로 지르지는 않는다. 한 절반 정도?”라고 여유를 부리면서도 “일단 상대와 딱 마주보고 서서 칼을 대고, 기합을 넣는 순간 마음속에선 승부가 결정된다. ‘아, 졌다’ 이런 거. 소리에서 압도되는 게 있으니 나는 반 쯤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제 아무리 검도에 대한 애정이 크다 한들 음악을 향한 마음만 할까. 서문탁은 운동을 하면서도 늘 성대가 상할까 걱정이다. 계속해 큰 소리를 지르다보면 목에 무리가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호구를 쓰면 중간에 벗을 수 없기 때문에 물도 마실 수 없다. 가수들은 성대가 마르는 것에 정말 민감한데, 목이 상할까봐 걱정이 된다”며 “그 핑계를 대고 (관장님께) 물을 먹어야 된다고 이야기 해야겠다”고 말한다. 이어 “빨대를 쓰는 꼼수도 생각해봤다”고 자랑하는 그녀는 은근히 귀여운 구석도 있다. 그리고 ‘천생 가수다’ 싶다.

뮤지컬 ‘록키호러쇼’에서 외계인 하녀 ‘마젠타’로 분한 서문탁. 사진제공 | 클립서비스
뮤지컬 ‘록키호러쇼’에서 외계인 하녀 ‘마젠타’로 분한 서문탁. 사진제공 | 클립서비스

●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2년 전, 검도 새내기 서문탁의 마음속에 깊은 울림이 일었다. 관장으로부터 받은 뜻밖의 선물이었다. 호구를 쓰기 전 머리에 두르는 면 수건을 건네받았는데 그 위엔 ‘動善時(동선시)’란 글귀가 새겨져있었다. 움직임에는 때가 있다는 뜻의 이 세 글자는 지쳐있던 그의 정신을 깨웠다. 서문탁은 “당시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힘들었다. 그때 관장님께서 딱 이 말을 해주신 거지. 울컥했다”고 그 순간을 떠올렸다.

결국 눈물도 보였다. 그는 “운동을 마친 뒤 1분 정도 묵상을 하는 시간이 있다. 근데 갑자기 눈물이 뚝뚝 흐르는 거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심적으로 힘든 일을 몸으로 풀어냈다고 할까. 비록 앞이 보이지는 않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내 할 일을 꾸준히 잘 해내면서 나를 갈고 닦는 시간을 가지면 나에게도 움직일 때가 올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혹시 그 ‘때’가 왔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직 안 왔다. 기다리고 있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이어 “그래서 이 문구를 항상 마음에 담고 있다. 이런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이 역시 검도의 매력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데 좋은 운동이 될 것 같다. 늙어서도 꾸준히 하고 싶다”고 자신감 섞인 굳은 믿음을 드러냈다.

● 그냥 나답게 살자!

이수진. 서문탁이 지닌 강한 이미지와는 반대로 굉장히 여성적인 그의 본명이다. 평소 조용히 책을 읽는 것을 즐기는 ‘이수진’은 아이들을 좋아해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애청자이기도 하다. 이만한 반전매력이 있을까 싶지만 그는 “이렇게 여성적인 면도 있는데, 어필이 잘되지 않아 포기했다”고 너스레를 떤다.

무대 위에서 내뿜는 ‘걸크러시’ 이미지 또한 그의 여러 모습 중 하나다. 최근엔 뮤지컬 ‘록키호러쇼’에서 외계인 하녀 ‘마젠타’ 역을 맡아 열연 중인데, 자유롭고 에너지 넘치는 서문탁에게 참 잘 어울린다. 더불어 그간 품어온 춤을 향한 열망도 마음껏 해소하고 있다. 그는 배우와 관객이 함께 춤을 추는 ‘타임워프’를 이 작품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는다. 서문탁은 “관객들도 춤을 정말 열심히 춘다. 우리가 먼저 춤을 추라고 시켜주니, 관객들의 고마움과 열망에 찬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며 뿌듯해했다. 이 ‘무도회’는 8월6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즐길 수 있다.

또 다른 나를 발견하기 위해 특별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세계적인 가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는 서문탁은 ‘이수진’을 휘하로 꾸려진 밴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앨범을 완성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최종 목적은 앨범과 함께하는 세계일주. 때문에 직접 작사, 작곡한 영어 음원으로만 앨범을 제작할 생각이다. 아울러 한층 진솔한 이야기들을 전하기 위해 예명을 사용하는 대신 ‘이수진’을 가수로 데뷔시키기로 했다. “제일 나다울 수 있는 음악이 나올 것 같다. 빌보드 차트를 노리고 있다(웃음).”

센 언니. 격투기 누나. 그를 뒤따르는 수식어다. 한 면으로 치우친 대중의 시선을 뒤로하고, 그는 끊임없이 진짜 ‘나’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단언한다. “꾸밈은 없을 것”이라고. 정말 이수진답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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