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 팀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은 외국인 선수 농사다.
특히 마운드에서 외국인 선수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강한 외국인 투수 2명으로 ‘원투펀치’를 구성하면 토종 선발이 2명만 있어도 ‘선발 로테이션’이 굴러간다. 선발 야구가 되면 야구가 쉬워진다. 지난해 두산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판타스틱4’라고 불린 선발 투수 4명(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이었다.
올해 외국인 농사로 가장 재미를 보고 있는 팀은 선두 KIA다. 5승에 그치고 있는 팻딘을 제2선발로 보기는 어렵지만 개막 후 14연승을 달리고 있는 강력한 ‘원 톱’ 헥터의 존재가 이를 상쇄한다. 토종 투수 양현종과 임기영까지 가세해 막강 선발진을 구축했다. 최근 KIA의 강력한 타선이 주목받고 있지만 투수진의 힘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공수주 3박자를 고루 갖춘 외국인 타자 버나디나까지 펄펄 날고 있다. 이에 비해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팀들은 거의 예외 없이 외국인 선수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런 점에서 넥센은 무척 특별한 팀이다. 토종 파워를 앞세워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외국인 선수를 모두 빼고 우열을 가린다면 최강 팀은 넥센의 차지가 될 게 유력하다.
‘화수분 야구’로 유명한 두산은 뛰어난 야수를 많이 배출했다. 넥센은 한술 더 떠 야수뿐만 아니라 투수들까지도 잘 키우고 있다. 넥센의 두 외국인 투수 밴헤켄과 브리검은 12일 현재 9승을 합작해 KIA 헥터나 SK 켈리(11승) 등 한 명 승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토종 선발 자원만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넥센에는 선발로 나설 수 있는 ‘영건’이 차고 넘친다. 최근에는 최원태(20)와 금민철(31), 김성민(23) 등이 선발로 뛰고 있다. 시즌 초반 불펜 요원이었다가 6월 중순부터 선발 투수로 나서고 있는 금민철은 선발 4경기에서 3승을 따냈다. 5월 SK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김성민은 2일 kt와 치른 선발 데뷔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완투승(강우 콜드승)을 따냈다.
현재 휴식차 엔트리에서 빠져 있는 한현희(24)와 조상우(23·이상 5승)는 후반기에 불펜으로 뛸 게 유력하지만 언제든 선발 등판이 가능하다. 7월부터 불펜으로 돌아선 지난해 신인왕 신재영(28) 역시 선발 자원이다. 타선에서도 외국인 타자 대니 돈이 타율 0.140, 1홈런으로 부진하지만 넥센 팀 타율은 0.300에 이른다.
넥센이 더 좋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온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다. 11일 현재 넥센은 45승 1무 38패로 3위 SK에 두 경기 뒤진 4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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