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의 야구學] 올스타전의 두 얼굴…축제 만끽과 후반기 구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7월 14일 05시 30분


올스타전은 축제와 동시에 휴식기다. 하지만 감독들 입장에서는 마냥 즐길 수만은 없다. 이 때 후반기 구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포츠동아DB
올스타전은 축제와 동시에 휴식기다. 하지만 감독들 입장에서는 마냥 즐길 수만은 없다. 이 때 후반기 구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포츠동아DB
‘한여름 밤의 고전’이라 불리는 올스타전은 야구인들과 야구팬들 모두에게 더할 나위 없는 축제와도 같다. 이날 하루만큼은 승부의 중압감을 잊고, 해맑게 순간순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올스타전 브레이크를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한 치열한 전략 구상도 동반된다. 휴식과 연습은 물론 전반기 결산, 후반기 밑그림 작업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마치 호숫가 위 백조처럼 상반된 두 모습을 지닌 올스타전 이야기에 대해 야구기자 2년차 고봉준 기자가 묻고, 조범현 전 감독이 답했다.

Q :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별들의 잔치’ 올스타전이 열립니다. 야구인들에게 올스타전이란 어떤 의미입니까.

A : 프로야구선수들에겐 최고의 축제라고 할 수 있겠죠. 성적은 물론 인기까지 갖춰야 올스타전에 나갈 수 있지 않습니까. 또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화끈한 팬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고요. 감독들에게도 올스타전은 특별합니다. 승부를 잊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죠. 이때만큼은 적이 아닌 동지로서 하루를 보냅니다. 또 시즌 도중 특별한 안건이 생길 경우 올스타전에 앞서 미리 만나기도 합니다. 사실상의 소규모 감독자 회의인 셈이죠.

Q : 최고의 선수와 감독들이 모이는 만큼 매년 에피소드도 풍성합니다. 감독님께서도 1984년, 1985년 선수로서 올스타전에 나섰고, 2004년과 2010년, 2011년엔 올스타전 지휘봉을 잡으셨는데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신가요.

A : 선수로 올스타전을 뛰었을 땐 경기 막판 몇 이닝 정도만을 책임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만 이날엔 각 팀 에이스급 투수들이 마운드에 오르기 때문에 불펜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포수로선 상대팀 투수의 볼을 받는 몇 안 되는 기회가 바로 올스타전입니다. 감독으로선 2010년 올스타전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8-8로 맞선 9회말 무사 2·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선수가 미스터 올스타를 노리던 진갑용(2타수 2안타)이었습니다. 당시 투수파트를 담당하던 김시진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진갑용을 고의사구로 내보냈습니다. 아무리 올스타전이라도 경기가 막판 박빙으로 흐르면 승부욕이 발동하기 마련이죠. 그런데 결국엔 다음타자 황재균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지고 말았습니다. 그런 소소한 이야깃거리가 올스타전의 묘미이기도 합니다.

2015년 올스타전 당시 조범현(가운데). 사진제공|kt wiz
2015년 올스타전 당시 조범현(가운데). 사진제공|kt wiz

Q : 특히 이번 올스타전은 현역 은퇴를 앞둔 ‘국민타자’ 이승엽을 위한 고별무대로 꾸며집니다. 뜻 깊은 행사들이 여럿 준비돼 있는데요.

A : 2000년대 초반 삼성에서 배터리코치로 있을 때 이승엽이란 선수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친구였죠. 확실한 사실은 이승엽이 그냥 국민타자가 되지 않았단 겁니다. 구장에 늘 일찍 나와서 몸 관리를 하고, 감이 좋지 않은 시점엔 특타를 자청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움직임이 많은 선수였죠. 저도 배팅볼을 자주 던져줬는데 한 번 치면 연습볼 몇 박스는 쉽게 비우곤 했습니다. 여기에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컨디션 관리도 소홀하지 않았고요. 또한 몸 유연성이 워낙 좋아 체중 이동을 이상적으로 했습니다. 가볍게 치는데도 공을 담장 밖으로 넘기는 이유였죠. 인성 면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고, 항상 겸손한 자세를 취했고요. 그야말로 완벽한 선수죠. 현역으로 더 뛰어도 될 듯한데 은퇴를 결정해 아쉽습니다만, 본인이 향후 계획을 가지고 있을 테니 응원을 보내려고 합니다.

Q : 올스타전은 축제와 동시에 휴식기를 뜻하기도 합니다. 최근엔 브레이크 기간이 줄어들었지만,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입니다. 올스타전 브레이크를 효율적으로 보내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A : KBO리그 초창기 감독님들께선 올스타전 브레이크에 휴식과 훈련을 하루씩 번갈아 잡으셨습니다. 이유는 선수들이 물놀이 휴가를 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죠. 혹여나 물놀이 도중 부상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휴가를 즐기다가 몸을 다쳐서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지금은 각 팀 사정에 따라 휴식일을 정하고 있습니다. 요새 선수들은 워낙 자기관리가 철저하기 때문에 각자 계획이 있을 듯합니다. 코칭스태프는 휴식기에도 쉴 틈이 없습니다. 전반기 결과를 토대로 우리 팀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후반기 대안을 마련해야합니다. 감독은 쉬는 날엔 자료를 보고, 연습하는 날엔 선수를 보니 사실상 휴식이 없는 셈이긴 합니다.(웃음)

Q : 관심이 가는 부분은 역시 후반기 구상입니다. 팀 상황별로 준비책이 다를 듯한데요.

A : 올스타전이 넘어가는 시점이면 각 팀당 다른 팀을 상대로 남은 경기가 6경기 안팎이 됩니다. 이제부턴 선발 로테이션 수립이 중요해지죠. 상위권을 상대로 하는 날과 하위권을 만나는 날을 구분해 그에 맞는 선발투수 투입을 결정합니다. 순위별 대비책도 다릅니다. 현재 굳건한 선두를 달리고 있는 KIA를 예로 들어보죠. 1위팀의 최종 목표는 결국 페넌트레이스 우승 확정입니다. 그럼 우승까지 남은 승수가 얼마인지 체크해서 상대마다 4승2패 혹은 3승3패 이런 방식으로 예상 시나리오를 짜놓습니다. 반면 후반기 복귀 선수가 있는 팀은 ‘버티기 전략’을 구사해야합니다. 군 제대나 부상 복귀를 앞둔 선수가 언제 돌아올지를 염두에 둬서 해당 날짜까지 버티는 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정리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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