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최형우 효과’ FA계약의 새로운 공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7월 18일 05시 30분


KIA 최형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최형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2014년 시즌 종료 직후 두산이 당시 만 29살이던 프리에이전트(FA) 장원준을 4년 총액 84억원에 영입했다고 발표하자 리그에서는 ‘진짜 두산이 계약했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당시 원 소속팀 롯데와 장원준의 ‘은사’ 양상문 감독이 팀 재건을 이끌고 있던 LG가 유력한 후보였다. 두산은 2013년 홍성흔(4년 31억원)을 제외하면 구단 역사상 단 한번도 외부 FA와 계약한 적이 없어 충격은 더 컸다. 홍성흔은 두산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으로 친정 복귀 의미가 컸기 때문이다.

당시 두산 내부에서는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의 기량이 절정이다. 수년간 공들인 야수진도 신체적 전성기에 도달했다’는 자신감이 컸다. 경영진은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구단 역사상 사실상 첫 번째 외부 FA카드로 장원준을 선택했고 결과는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어졌다.

‘장원준 효과’는 정상급 외국인 선발 2명에 현재 에이스, 그리고 추가 대형 FA투수가 합류하면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학습 효과로 이어졌다. 부상 위험성이 높아 기피됐던 FA선발 투수의 쟁탈전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제 각 팀은 대형 타자 FA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최형우(34)가 KIA 이적 후 보여주고 있는 강력한 시너지효과에 대한 기대 심리다.

KIA 최형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최형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4년 총액 100억원을 받고 KIA 유니폼을 입은 최형우는 2017시즌 전반기 84경기에 출장 해 타율 0.374(305타수 114안타), 22홈런, 81타점을 기록 중이다. OPS는 1.170으로 슈퍼스타급 숫자다. 단연 압도적인 리그 1위다.

좌타자 최형우의 존재는 나지완, 이범호, 김주찬에 안치홍, 김선빈 등 그동안 KIA 주축 오른손 타자들과 큰 시너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최형우가 대폭발하면서 하나의 살아있는 선으로 구성된 타선 전체가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KIA의 전반기 팀 타율은 0.310로 리그 1위, 팀 OPS는 0.862로 1위다. 팀 홈런 99개는 153개를 기록 중인 SK에 이은 2위지만 팀 타수당 타점은 0.18점으로 SK 0.15점보다 오히려 높다. 그만큼 타선 전체의 타점 생산 능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2017시즌을 앞두고 KIA는 스토브리그에서 최형우 영입을 첫 번째 목표로 정했다. 해외진출을 고민하고 있던 양현종을 대체할 수 있는 차우찬이 있었지만 공들여 키운 유망주 투수와 과감한 투자를 한 외국인 선발진을 믿은 결정이었다. 최형우는 기존 KIA 야수들과 유형과 장점에서 중복전력이 아닌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FA시장에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에 대한 냉정하지 못한 맹목적 투자, 비장기적인 중복 투자는 실패 확률이 높다. 최형우는 FA역사상 첫 번째 100억원 계약이었지만 충분한 검토와 준비가 있었기 때문에 큰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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