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막내 골키퍼 강현무는 입단 4년 차에 처음 찾아온 출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전 수문장 자리까지 꿰찼다. 강현무가 5월 3일 수원과의 경기 때 동료 수비수들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포항의 막내 골키퍼 강현무(22)는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소속 팀 경기의 대부분을 관중석에서 봐야 했다. 선발 11명과 후보 7명으로 구성되는 경기 엔트리 18명에 든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엔트리에 들지 못하면 벤치에도 앉을 수 없다. 하지만 올 시즌 강현무는 관중석도, 벤치도 아닌 그라운드에서 골문을 지킨다.
프로 4년 차인 올해 데뷔전을 치른 강현무가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최고 선방 수문장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10경기 이상 뛴 골키퍼 중 경기당 선방이 가장 많은 수문장이 강현무다. 포항의 21경기 중 17경기에 출전한 강현무는 평균 3.29회의 선방을 기록해 이 부문 1위다.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에요.” 강현무는 데뷔전인 광주와의 안방경기를 하루 앞둔 3월 11일 구단 프런트로부터 “내일 경기에 선발로 나간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까지 10년 넘게 포항 골문을 지켰던 신화용(34)이 올 시즌 수원으로 이적했지만 그는 여전히 팀의 ‘서드(3번) 골키퍼’였다. 그런데 1, 2번 골키퍼가 모두 부상을 당하면서 기회가 왔다. 김진영(25)은 전지훈련 때, 노동건(26)은 시즌 첫 경기에서 부상을 입었다.
“밥도 안 넘어가고 잠도 안 오더라고요.” 강현무는 “출전 통보를 받고 다음 날 경기에 나설 때까지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른다”며 이러다 경기를 망치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강현무는 데뷔전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에 기여했다. 데뷔전 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휘슬이 울리자 강현무는 골문 앞에 엎드려 눈물까지 쏟았다. 이 경기로 최순호 감독(55)에게서 눈도장을 받은 그는 다음 경기도, 그 다음 경기에서도 포항의 골문을 지켰다. 선배 골키퍼들의 부상이 회복된 뒤로도 주전은 강현무였다.
강현무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 처음엔 미드필더였다. 하지만 1년이 채 안 돼 골키퍼로 포지션을 바꿨다. “뛰어다니는 건 도저히 힘들어서 못 하겠더라고요. 골문 앞에 서 있는 건 할 수 있겠다 싶었죠.” 19세 이하 대표팀 출신인 강현무는 고교 시절 유망주였다. 포항제철고 3학년 때는 팀을 고등리그 왕중왕전 우승으로 이끌면서 골키퍼상을 받았다.
강현무는 12일 서울과의 경기에서 0-1로 패하기는 했지만 여러 차례 선방으로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 경기를 신태용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47)이 현장에서 지켜봤다. “제가 생각해도 그날 좀 잘했어요. 몇 경기 더 잘하면 국가대표로 뽑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살짝 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마음을 비웠다고 한다. “바로 다음 경기에서 3골이나 먹었잖아요. 나이가 있으니까 앞으로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해요.”
“이제는 쇠고기 쏩니다.” 주전을 꿰찬 뒤로 생긴 변화에 대해 묻자 강현무는 쇠고기 얘기를 꺼냈다. “데뷔전이 끝난 뒤 축하해주는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저녁을 대접했는데 참석자가 예상보다 많아 돼지고기를 샀어요. 그런데 이제는 쇠고기 삽니다. 이길 때마다 승리 수당도 받고 하니까요.”
강현무는 자신의 약점으로 공중 볼 처리를 꼽았다. 키가 185cm인 강현무는 골키퍼치고 큰 편은 아니다. 장점은 순발력이다. “관중석에서 볼 때는 한눈에 들어왔던 선수들 움직임과 경기 흐름이 그라운드로 내려오니까 잘 안 보이더라고요. 앞으로 시야도 넓히고 단점도 보완해서 빈틈없는 골키퍼가 되고 싶어요.” 강현무는 경기당 평균 0점대 실점으로 시즌을 마치는 게 목표라고 했다. 17경기에서 21골을 내준 강현무는 경기당 1.24실점을 기록 중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