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세리머니, 곧 결혼할 여친과 상의 야성미 있는 얼굴과 잘 어울린다는 말도 전북서도 처음엔 부진…출전기회 못 잡아 김도훈 감독님 서둘지 말라는 조언 큰 힘 공만 보면 엔도르핀…근성 축구 보여줄 것
울산 현대 스트라이커 이종호(25)에게 새로운 별명이 붙었다. 홈구장에 있는 호랑이의 형상을 따라하는 골 세리머니를 펼쳐 팬들로부터 ‘이종호랑이’라 불리고 있다. 전남 시절 별명 ‘광양 루니’를 본 따 만든 ‘문수(울산 홈구장이 문수월드컵경기장이다.) 루니’로도 통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북 현대에서 울산으로 이적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종호는 5월까지 혹독한 적응기를 보냈다.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했지만 공격 포인트도 적었고, 움직임 자체도 위협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장점인 저돌적인 플레이를 되찾았다. 공격 포인트도 점차 늘어났다. 아직 만족할 만큼의 골(4골)과 어시스트(3도움)는 아니지만 최근 5경기에서 2골·1도움으로 팀이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에서 리그 2위를 내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다. 7월 19일 강원FC와의 원정경기에서는 축구국가대표팀 신태용(47) 감독이 직접 지켜보는 가운데 결승골을 넣어 팀을 3연승과 K리그 구단 첫 통산 500승 달성에 앞장섰다. ‘문수 루니’다운 모습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는 이종호의 속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적생이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적응 과정
울산으로 이적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이종호. 하지만 활약상은 미비했다. 간혹 골을 터트리긴 했지만 주전 최전방 스트라이커다운 모습이 아니었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이종호는 “팀이 바뀌면 선수 대부분은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동계훈련이 매우 중요하다. 동계훈련을 통해 팀 스타일이나 동료선수들을 잘 알아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 팀이 갑작스럽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해 그 과정이 많이 생략됐다. 바로 실전을 치른 것과 다름없었다. 그렇다보니 스스로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결과를 쫓게 됐고, 결과가 안 좋으니 자신감도 떨어졌다. 경기출전 자체도 부담이 많이 됐다”라고 시즌 초반을 되돌아봤다.
하지만 이런 굴곡을 겪은 게 팀 동료 뿐 아니라 김도훈(47) 감독과도 하루 빨리 융화되는 좋은 계기가 됐다. 그는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고, 팀 선후배들도 믿고 있으니 서두르지 말라고 응원해줬다. 팀에 어느 정도 적응을 마치면서 확실히 살아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이종호는 특히 김 감독에게 많은 고마움을 표시했다. “잘 안될 때 일수록 기본부터 충실하게 가야 한다”, “기본을 차근차근 하다보면 네가 가진 재능이 있으니 좋아질 수밖에 없다” 등 스트라이커로 한 시대를 풍미한 김 감독이 했던 말을 통해 이종호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는 “감독님이 내가 가진 부담감. 나의 심리상태 등에 공감을 많이 해주셨다.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많았다. 내 표정만 봐도 감독님은 무엇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걸 다 아는 것 같더라. 감독님의 조언이 정말 많은 힘이 됐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 천금같았던 1년간의 전북 생활
이종호에게 전북에서의 1년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쟁쟁한 선배들에게 밀려 출전기회 자체를 충분히 잡지 못했다. 전북 최강희 감독조차 “(이)종호에게 자주 기회를 주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결국 1년 만에 이적을 결심했고,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출전기회 자체는 울산에서 더 많이 잡았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시즌 초반 열심히 뛰었지만 원하는 공격 포인트는 잘 나오지 않는 등 결과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지난해를 경험삼아 준비하며 기다렸고, 결국 자신의 장점과 플레이 스타일을 서서히 되찾았다. 이종호는 “전북에서도 시즌 초반에 힘들었다. 그런 뒤 시간이 지나서는 좋은 활약을 했다. 그런 경험을 해봤기에 언젠가는 좋은 흐름이 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해의 경험으로 어떤 변화를 줘야 하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 정보를 갖고 있었다. 주변의 조언도 들으면서 나 스스로 많이 강해진 것 같다”면서 약이 됐던 1년간의 전북생활을 회상했다.
● 더 큰 꿈을 꾸는 통산 500승 결승골 주인공
이종호는 19일 강원FC을 상대로 팀이 1-0으로 승리하는 결승골을 터트렸다. 그 덕분에 울산은 K리그 팀 가운데 가장 먼저 통산 500승을 달성했다. 이적 후 첫 시즌에 팀의 기념비적인 경기에서 큰일을 해낸 것이었다. 그의 이름은 팀 역사와 함께 오래오래 기록된다. 그렇지만 이종호는 더 멀리,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팀 500승이라는 걸 최초로 이뤄낸 것처럼 울산의 역사에 내 흔적을 많이 남겨두고 싶다. 이전에 수많은 스타선수들이 울산과 함께 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 선배들처럼 나도 팀과 함께 기록들을 써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우승에 대한 목마름도 숨기지 않았다. 프로 데뷔 이후 아직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이종호는 “우승의 꿈이 있다. 팀이 별을 하나 추가하는데 내가 도움이 되고 싶다. 그 뿐 아니라 울산도 전북처럼 축구문화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 전북도 그런 환경을 마련하는데 구성원 모두가 오랜 기간 많은 노력을 했다고 들었다. 관중과 함께 뛰고 있다는 느낌을 얻고 싶다. 울산도 할 수 있다. 나도 힘을 보태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미 팬 서비스를 시작했다. 골 세리머니를 구단의 마스코트인 호랑이의 흉내를 내고 있다. 이종호는 “경기장 서포터스석 위쪽에 있는 호랑이 풍선을 따라한 것이다. 12월 신부가 될 여자친구와 상의해 결정했다. 야성미가 있는 내 얼굴과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많이들 해주셔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며 웃었다.
● 직업이 아닌 인생의 활력소 축구
그는 매우 저돌적인 스타일의 공격수다. 상대 수비수와의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7월 15일 광주전에서 상대 선수와 부딪히면서 윗입술을 깨무는 바람에 많이 다쳤다. 10바늘을 꿰맸다. 하지만 이튿날 훈련부터 정상적으로 팀에 합류했고, 19일 강원FC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로 출격했다. 김 감독도 만류했을 정도로 입술의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경기에 출전해 계속 강원 수비수들과 몸으로 부딪혔다. 한 번은 공중 볼을 다투다가 상대 수비수 팔에 입을 맞았다. 다행히 부상 부위를 다시 다치진 않았고, 경기장에서 계속 뛸 수 있었다.
이종호는 “어릴 때부터 그라운드에 나가거나, 축구공을 보면 활력이 생긴다. 일종의 엔도르핀 같은 거다. 경기장 안에 들어가면 어디가 아픈지도 모른다. 끝나고 긴장이 풀리면서 온몸이 쑤실 때도 있지만 축구가 재미있고, 축구가 좋다. 사실 어제도 입술은 크게 신경 쓰질 않았다”고 얘기했다.
“축구선수는 유니폼에 내 이름을 달고 뛴다. 나중에 ‘이종호라는 선수는 성실하게 축구를 잘 했다. 정말 응원해주고 싶었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팬이 응원해주고 싶은 선수가 되려면 언제든 내가 가진 모든 걸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소박한 것 같지만 그렇게 하려면 진짜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다”고 이종호는 축구선수로서의 소박하지만 의미심장한 포부를 밝혔다.
● 이종호
▲생년월일=1992년 2월 24일(전남 순천) ▲신체조건=180cm/77kg ▲포지션=스트라이커 ▲학력=순천중앙초∼광양제철중∼광양제철고 ▲프로경력=전남 드래곤즈(2011∼2015년)∼전북현대(2016년)∼울산 현대(현재) ▲K리그 통산 기록=189경기 출전 45골·20도움 ▲대표팀 경력=U-17 대표, U-20 대표, 인천아시안게임 대표, A대표 ▲A매치 데뷔전=2015년 8월 2일 EAFF 동아시안컵 중국전. ▲통산 A매치 기록=2경기 출전 1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