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저도 따라해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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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선수’ 낳는 KIA 김기태 감독 ‘닮은꼴 세리머니’ 화제

헬멧을 부여잡는 버나디나(왼쪽) 특유의 홈런 세리머니는 이제 김 감독뿐만 아니라 더그아웃의 모든 코칭스태프, 선수들까지 동참한다. KIA 제공
헬멧을 부여잡는 버나디나(왼쪽) 특유의 홈런 세리머니는 이제 김 감독뿐만 아니라 더그아웃의 모든 코칭스태프, 선수들까지 동참한다. KIA 제공
KIA 버나디나(33)의 홈런이 터질 때면 모두의 시선은 더그아웃으로 쏠린다. 김기태 감독을 비롯해 더그아웃에 있는 코칭스태프, 선수 모두가 모자에 손을 얹으며 버나디나를 맞는다. 손으로 헬멧을 부여잡는 버나디나의 홈런 세리머니를 따라 한 것이다. 18일 서울 고척돔 넥센전에서 연장 10회 버나디나의 극적인 솔로포가 4-3 역전을 만들었을 때도 그랬다.

스프링캠프 때 머리를 잘라 헬멧이 헐거워지자 뛸 때 손으로 헬멧을 잡으면서 시작된 버나디나의 행동은 어느새 홈런 세리머니로 굳어졌다. 헬멧이 흔들리지 않을 만큼 머리가 자란 뒤에도 버나디나의 ‘헬멧 잡기’가 계속되자 김 감독도 이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버나디나는 “홈런 세리머니를 따라 해주는 감독님은 처음이다. 우리 팀에서 나랑 나지완 둘의 세리머니를 따라 하시는데 선수로서 정말 감사하다. 특별함을 느낀다”며 웃었다.

4월 한 달 버나디나의 장타는 4개(홈런 1개)에 그쳤다. 하지만 버나디나는 5월 18∼19일 두 경기 연속 홈런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홈런에 시동을 걸었고 이제는 KIA 타선의 중심에 자리했다. 올 시즌 KIA가 최다 경기 연속 팀 홈런(21경기) 타이기록(2016 SK)을 세우는 동안에도 버나디나는 팀에서 가장 많은 홈런 7개를 보탰다. 빠른 발에 장타력까지 탑재한 버나디나는 84경기를 치른 현재 16홈런 19도루를 기록 중이다. 호타준족의 상징인 ‘20-20클럽’은 물론이고 현재 KIA 타선 분위기라면 ‘30-30클럽’ 가입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페이스다.

주먹으로 헬멧을 때리는 나지완(왼쪽)의 홈런 세리머니는 얼핏 보면 깜찍하다. 하지만 2015시즌 누구보다 큰 좌절을 맛본 나지완의 독기가 담겨 있다. KIA 제공
주먹으로 헬멧을 때리는 나지완(왼쪽)의 홈런 세리머니는 얼핏 보면 깜찍하다. 하지만 2015시즌 누구보다 큰 좌절을 맛본 나지완의 독기가 담겨 있다. KIA 제공
김 감독이 처음 홈런 세리머니를 따라 한 타자는 나지완(32)이었다. 나지완은 2015년 7홈런에 그치는 최악의 부진에 빠지며 데뷔 첫해(2008년)를 제외하고 6년 연속 이어 오던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이 끊겼다. 2016년 절치부심한 나지완은 홈런을 칠 때마다 두 주먹으로 헬멧을 ‘퉁’ 치기 시작했다. 홈런을 칠수록 ‘더 정신 차리자’는 의미에서다. 김 감독 역시 고비를 넘긴 나지완의 세리머니에 동참하며 나지완 기 살리기에 앞장섰다. 2016시즌 25홈런으로 반등에 성공한 나지완은 올 시즌에도 이미 16차례의 홈런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기복 없는 활약을 이어 가고 있다.

승리를 거두는 날이면 헥터(왼쪽)는 김기태 감독과 둘만의 세리머니를 펼친다. 올 시즌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헥터는 등판하는 모든 경기에서 김 감독과 기쁨을 나눌 수 있었다. KIA 제공
승리를 거두는 날이면 헥터(왼쪽)는 김기태 감독과 둘만의 세리머니를 펼친다. 올 시즌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헥터는 등판하는 모든 경기에서 김 감독과 기쁨을 나눌 수 있었다. KIA 제공
마운드에서는 헥터가 지난해부터 승리를 거둘 때마다 김 감독과 둘만의 특별한 세리머니를 펼치며 각별한 애정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 15승을 거두며 에이스 역할을 잘 해낸 헥터는 올 시즌에는 개막 무패 행진을 이어 오며 벌써 14승으로 독보적인 다승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김 감독이 세리머니를 따라 하면 선수들이 ‘대박’을 치고 있다. 그의 ‘미다스의 손’이 만질 다음 선수는 누구일까.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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