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버나디나(33)의 홈런이 터질 때면 모두의 시선은 더그아웃으로 쏠린다. 김기태 감독을 비롯해 더그아웃에 있는 코칭스태프, 선수 모두가 모자에 손을 얹으며 버나디나를 맞는다. 손으로 헬멧을 부여잡는 버나디나의 홈런 세리머니를 따라 한 것이다. 18일 서울 고척돔 넥센전에서 연장 10회 버나디나의 극적인 솔로포가 4-3 역전을 만들었을 때도 그랬다.
스프링캠프 때 머리를 잘라 헬멧이 헐거워지자 뛸 때 손으로 헬멧을 잡으면서 시작된 버나디나의 행동은 어느새 홈런 세리머니로 굳어졌다. 헬멧이 흔들리지 않을 만큼 머리가 자란 뒤에도 버나디나의 ‘헬멧 잡기’가 계속되자 김 감독도 이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버나디나는 “홈런 세리머니를 따라 해주는 감독님은 처음이다. 우리 팀에서 나랑 나지완 둘의 세리머니를 따라 하시는데 선수로서 정말 감사하다. 특별함을 느낀다”며 웃었다.
4월 한 달 버나디나의 장타는 4개(홈런 1개)에 그쳤다. 하지만 버나디나는 5월 18∼19일 두 경기 연속 홈런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홈런에 시동을 걸었고 이제는 KIA 타선의 중심에 자리했다. 올 시즌 KIA가 최다 경기 연속 팀 홈런(21경기) 타이기록(2016 SK)을 세우는 동안에도 버나디나는 팀에서 가장 많은 홈런 7개를 보탰다. 빠른 발에 장타력까지 탑재한 버나디나는 84경기를 치른 현재 16홈런 19도루를 기록 중이다. 호타준족의 상징인 ‘20-20클럽’은 물론이고 현재 KIA 타선 분위기라면 ‘30-30클럽’ 가입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페이스다.
김 감독이 처음 홈런 세리머니를 따라 한 타자는 나지완(32)이었다. 나지완은 2015년 7홈런에 그치는 최악의 부진에 빠지며 데뷔 첫해(2008년)를 제외하고 6년 연속 이어 오던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이 끊겼다. 2016년 절치부심한 나지완은 홈런을 칠 때마다 두 주먹으로 헬멧을 ‘퉁’ 치기 시작했다. 홈런을 칠수록 ‘더 정신 차리자’는 의미에서다. 김 감독 역시 고비를 넘긴 나지완의 세리머니에 동참하며 나지완 기 살리기에 앞장섰다. 2016시즌 25홈런으로 반등에 성공한 나지완은 올 시즌에도 이미 16차례의 홈런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기복 없는 활약을 이어 가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헥터가 지난해부터 승리를 거둘 때마다 김 감독과 둘만의 특별한 세리머니를 펼치며 각별한 애정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 15승을 거두며 에이스 역할을 잘 해낸 헥터는 올 시즌에는 개막 무패 행진을 이어 오며 벌써 14승으로 독보적인 다승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김 감독이 세리머니를 따라 하면 선수들이 ‘대박’을 치고 있다. 그의 ‘미다스의 손’이 만질 다음 선수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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