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구단으로서는 매우 억울한 일이다. 향후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이 반드시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기서 ‘우리 구단’은 롯데다. ‘이러한 사태’는 20일 울산 삼성전에서 손아섭의 홈런이 비디오판독 끝에 2루타로 ‘오독’된 일을 뜻한다.
롯데 구단의 입장 발표 시점은 21일 광주 KIA전을 앞둔 때였다. 구단이 심판진(판독 센터를 포함한)의 판정에 관해 명백한 오심일지라도, 공개적 발언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롯데가 상황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정황증거다.
롯데 관계자는 21일 “아무리 억울해도 구단이 할 수 있는 것이 이 정도 뿐이더라”라고 하소연했다. 롯데 조원우 감독도 말을 아꼈지만 “억울하다”라고 말했다. KBO가 판독센터 심판진에 관해 징계를 내렸다 해도 이미 롯데는 경기를 진 뒤다. KBO로부터 직, 간접적 사과도 받았지만 이미 버스는 떠났다. 홈런을 도둑맞은 당사자인 롯데 손아섭도 21일 “지난 일은 잊어야지 어떡하겠는가”라고 웃었지만 아쉬운 눈치였다. 선수에게 홈런 1개의 가치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롯데가 가장 억울하게 생각하는 대목은 비디오판독의 ‘불가역성’이다. 롯데는 삼성전 무승부 직후 하도 억울한 마음에 제소가 가능한지도 찾아봤다. 그러나 비디오판독에 관한 KBO리그의 규정은 ‘철벽’이었다.
2017년 KBO 리그 규정 제28조 비디오 판독 규정 11항은 ‘비디오 판독 신청 및 결과는 최종적’이라고 못을 박아놓고 있다. ‘심판팀장이 결정한 판정에 대해서는 제소가 허락되지 않는다. 또한 여기에 제시된 어떤 규칙이나 절차의 위반도 경기 제소의 이유로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적시되어 있다.
또 같은 규정 1항에는 ‘감독은 심판팀장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라고 돼있다. 한마디로 비디오판독이 잘못되는 상황이 발생해도 되돌릴 수 없다는 얘기다. 항의도 할 수 없고, 제소도 할 수 없는 불가역적 차단을 가한 것이다.
이래놓고, 정작 잘못된 판독에 관한 KBO의 제재는 50만원 벌금 혹은 10일 출장정지 징계가 전부였다. 울산구장 현장의 심판들, 기록원들, 선수들까지 다 홈런으로 아는 사실을 2루타로 둔감 시켜 놓고도 책임은 딱 여기까지였다. 현장 심판들과 얘기 한 번만 나눴어도 이런 판정은 나올 수 없었다. 일방적 하달 구조가 빚어낸 ‘판독 참사’라 할 수 있다.
징계를 내린 KBO는 비디오판독 절차의 문제점 인식에 관한 성찰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야구팬들이 분노하는 진짜 실체는 KBO의 이런 행정 편의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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