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동아/7월 24일]‘황제’ 타이거 우즈, ‘종이 호랑이’로 전락

동아일보 2000년 7월25일자 C1면에 실린 스포츠 카툰.

타이거 우즈의 최연소 그랜드슬램 달성 소식이 게재된 동아일보 2000년 7얼 24일자 C1면.

17년 전인 2000년 7월 24일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제129회 브리티시 오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2)가 19언더파 269타로 우승했다. 당시 만 24세 7개월로, 잭 니클로스의 종전 최연소 그랜드슬램 기록(26세 6개월)을 2년 가까이 앞당겼다. 닉 팔도가 보유했던 올드코스 최저타 우승기록(18언더파 270타)도 1타를 줄였다. 동아일보는 “타이거 우즈 앞에 상당 기간 적수가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고 이를 부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우즈는 마스터스(1997년)와 PGA챔피언십(1999년), US오픈(2000년)에 이어 브리티시오픈 우승 트로피까지 안으면서 4대 메이저 타이틀을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1966년 잭 니클로스 이후 34년 만의 일이었다. 닉 프라이스가 “우즈는 내가 마흔 셋에 비로소 경험한 것들을 불과 24세에 모두 끝냈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동아일보 2000년 7월25일자)로 화려한 기록이었다.

그러나 우즈는 사생활에서 무너졌다. 2009년 수십 여 명의 여성과 불륜을 벌인 사실이 드러난 뒤 이혼의 아픔을 겪으면서 그의 골프 인생은 추락했다. 허리 등 각종 부상에 시달렸고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우즈는 데뷔 후 처음으로 남자 골프 세계랭킹 100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도 겪었다. 지난 17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전주(982위)보다 23계단 하락한 1005위로 쳐졌다. 1997년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뒤 총 683주 동안 정상을 지켰던 그였지만 이제는 ‘종이 호랑이’가 된 것 같아 씁쓸해진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