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 日부흥 목표 총력전… 도쿄 도심 개발 프로젝트만 325건
개헌 시한까지 2020년 맞춰 논란도
요즘 일본 수도 도쿄(東京) 도심은 도처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꼭 3년 뒤에 개막되는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을 앞두고 관광객을 맞을 호텔과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신축 및 개·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닛케이신문 조사에 따르면 도쿄 도심에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준공됐거나 준공 예정인 개발 프로젝트가 325건. 연면적으로 1673만 m²에 이른다.
건설을 중심으로 한 올림픽 특수는 2012년 말 출범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2기 정권에 동력을 제공해 왔다. 아베노믹스는 사실은 올림픽 특수라고 봐야 한다는 의견마저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도쿄 올림픽 총경비가 1조3850억 엔(약 13조9189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중앙정부와 도쿄도, 조직위원회가 부담하는 경비를 합친 개념으로 평창 올림픽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가 추산한 올림픽 관련 민간과 정부의 설비투자 총액은 11조6000억 엔(약 116조5800억 원)에 이른다. 도쿄도는 대회 개최가 결정된 2013년부터 2030년까지 32조 엔의 경제 파급효과를 추산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1964년 도쿄 올림픽 성공의 신화를 재현해 일본을 다시 부흥시키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걸고 총력전을 펴고 있다. 2013년 9월 7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20년 여름올림픽 개최지가 도쿄로 결정되자 아베 총리는 “잃어버린 20년의 디플레이션을 불식하는 기폭제로 삼겠다”며 깃발을 들었다. 이후 언론에서는 ‘도쿄 올림픽, 1964년 again’ 등의 구호를 국가적인 어젠다로 들고나왔다.
실제로 1964년 도쿄 올림픽은 일본이 패전국가에서 벗어나 고도 경제성장기로 돌입한 출발점이었다. 대회를 계기로 도쿄의 교통망과 도시 기반이 갖춰졌고 도쿄와 오사카를 잇는 신칸센이 개통됐다. 첫 컬러TV 위성중계로 전 세계에 일본의 전자기술을 알리기도 했다. 최근 일본에서 모든 길은 2020년으로 통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도쿄 올림픽을 ‘부흥 올림픽’이라 부르며 동일본 대지진으로 파괴된 도호쿠(東北) 지방의 부흥에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후쿠시마에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를 유치하고, 도쿄 올림픽에 공급할 식재료에 도호쿠산을 대거 채택할 것을 예고하는 등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능 평판 피해 불식에 힘을 쏟겠다는 태세다. 나아가 아베 총리는 자신의 ‘숙원’인 개헌 시한도 2020년으로 잡고 있어 ‘올림픽의 정치 이용’이라는 반발을 사고 있기도 하다.
올림픽은 국민 통합의 기회로도 꼼꼼하게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선수들이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선전한 뒤 도쿄 도심 긴자(銀座)에서 벌어진 퍼레이드에는 시민 80만 명이 몰려나왔다. 일본 정부가 20일 공모에 나선 올림픽 마스코트는 최종적으로 전국 초등학교 교실마다 1표씩을 행사하는 투표로 결정할 계획이다. 일본의 초등학생들은 역사에 남을 올림픽 마스코트를 자신들의 손으로 골랐다는 자부심을 평생 간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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