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의 차민규(24·동두천시청)와 김태윤(23·서울시청)은 10일부터 21일까지 강원도 화천에서 진행된 여름 전지훈련에 가장 열심히 임했다. 이른 새벽 화천 용암초교에서 출발해 용화산을 향해 달리는 1시간 로드워크 훈련과 웨이트트레이닝 등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소화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의 꽃인 500m가 주 종목인 둘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금메달리스트인 모태범(28·대한항공)과 함께 강력한 체력훈련으로 몸을 다지고 있다. 내년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단거리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다.
차민규는 올해 2월 알마티 겨울 유니버시아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금메달에 이어 삿포로 겨울 아시아경기에서도 34초94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차지하며 평창을 향해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차민규는 지난해 12월 국가대표 선발전과 1월 전국동계체전에서 모태범을 연이어 꺾었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하고 방황했던 모태범이 “민규의 상승세가 큰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들 정도다.
차민규는 의지의 사나이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으로 소치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오른쪽 발목 인대를 크게 다쳐 회복 불가 진단을 받았지만 불굴의 노력으로 기적적으로 다시 일어섰다. 차민규는 “부상이 아직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았지만 평창만 보고 두 다리에 기를 불어넣고 있다. 여름에 몸을 잘 만들어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세계 정상권에 도전하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태윤은 지난해 11월 2016∼2017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위를 차지한 이후 고전했다. 삿포로 아시아경기 대표 선발전에서도 넘어져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본인이 욕심을 부린 측면도 있는데, 스케이트 날을 바꾸면서 몸의 균형이 무너졌다. 그사이 차민규가 치고 올라왔다. 김태윤은 “이번 전지훈련에서 스스로를 많이 내려놓게 됐다. 직선과 코너링에 대한 감을 원점에서 다시 찾으려고 한다”며 “평창 올림픽에서는 아마 34초 중반대에서 메달이 결정될 것 같은데 그 기록만 보고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80kg의 체중이던 김태윤의 턱선은 또렷해졌다. 성적이 좋았던 76kg대로 돌아가려고 살을 뺐다. 김태윤은 “모든 면에서 나를 완전히 바꾸기로 했다. 빙판을 찍어 누르듯 타는 스케이팅 주법도 버리고 편안하게 미끄러지듯 타는 스케이팅에 적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단거리 대표팀 최재봉 코치는 “침착한 김태윤과 자기 개성이 강한 차민규가 절묘한 조합을 이루고 있다. 차민규가 김태윤을 좋은 쪽으로 자극하면서 힘이 되어 주고 있다”며 “사이클 훈련과 산악 달리기 등의 훈련 강도가 셌지만 둘 다 적극적으로 임했다”고 칭찬했다.
평창 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의 성적이 중요하다. 여자는 ‘빙속 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가 있지만 남자는 자칫 유럽과 일본, 중국의 잔치 속에 주최국이 들러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태범을 좌우에서 밀고 끄는 차민규와 김태윤의 활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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