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10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 숙제를 이어받은 축구국가대표팀 신태용(47) 감독이 7월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1부리그) FC서울-전북현대전을 끝으로 1차 선수점검을 마쳤다.
숨 돌릴 틈이 없는 행보였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위원장 김호곤)의 결정으로 대표팀 지휘권을 물려받은 신 감독은 부임 나흘 만인 7월 8일 전북-울산현대전을 시작으로 주중∼주말, 또 토·일요일 가리지 않고 클래식 현장을 찾았다. 2주 동안 8경기를 살폈다.
물론 대표팀 감독이 K리그 경기를 지켜보는 사실 자체가 특별하진 않다. 전임자들도 같은 모습을 보였다. 다만 협회와의 계약관계를 정리하고 15일 유럽으로 떠난 울리 슈틸리케(63·독일) 전 감독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인천 등 일부 수도권으로 출입이 국한된 슈틸리케 전 감독과는 달리, 신 감독은 행선지를 최대한 넓혔다. 지방출장도 마다하지 않았다.
겹치기도 거의 없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2차례 방문했을 뿐, 전국을 구석구석 누볐다. 수원삼성-제주 유나이티드전(9일), 서울-포항 스틸러스전(12일), 포항-수원전(15일), 상주상무-전북전(16일), 강원FC-울산전(19일), 제주-포항전(22일) 등이 직접 발걸음을 옮긴 현장이다.
전북과 포항 경기를 3차례 찾았고, 수원 및 울산, 제주를 2경기씩 살폈다. 이밖에 강원과 상주를 1경기씩 체크했다. 자신이 찾지 못한 지역에는 전경준(44), 김남일(40), 차두리(37) 코치를 파견해 빈틈을 최소화시켰다. K리그가 올스타전 휴식기에 접어든 가운데 신 감독은 FA컵(8월 9일)을 포함, 8월 12∼13일 경기를 선수점검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또 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동선을 숨기지 않았다는 점. 슈틸리케 전 감독은 철저히 비공개 행보였고, 간혹 취재진과 마주치더라도 인터뷰를 거부했지만 ‘신태용호’는 다르다. 뚜렷하고 분명한 의사와 계획을 미디어 인터뷰를 활용해 노출한다. ▲방문 목적 ▲선발기준 ▲깜짝 승선 가능성 ▲베테랑 활용 등을 확실히 전달했다.
역사적인 K리그 통산 200골에 도전 중인 전북 스트라이커 이동국(38)도 “모든 K리그 선수들에게 전하는 가장 확실한 메시지”라고 신 감독을 지지했다. 결국 대표팀 감독의 동선노출 자체가 곧 국내파 전원을 자극시키는 동기부여인 셈이다. 대표팀은 8월 31일 이란전(홈)∼9월 5일 우즈베키스탄전(원정)을 앞두고 조기소집(8월 21일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소집규정(경기 사흘 전)을 깨는 만큼, 축구계는 사상 최대의 국내파 승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불과 (국내파) 10명 안팎만 선발한다면 반발도 클 것이다. 훈련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많은 K리거들을 승선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