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이하(U-23) 대표팀의 2018년 1월 중국에서 열릴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본선행이 좌절될 수 있었던 탓이다. 19일부터 23일까지 베트남 호치민에서 진행된 U-23 챔피언십 예선에서 한국(U-22 대표팀)은 마카오와 1차전을 10-0 대승으로 마쳤으나 동티모르와 2차전을 0-0으로 비겨 비상등이 켜졌다.
반드시 이겨야 했던 홈팀 베트남과의 3차전을 2-1 승리로 마치면서 천신만고 끝에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으나 우리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였다. 베트남과의 일전을 앞두고 현장을 찾은 대한축구협회 김호곤(66) 부회장(기술위원장 겸임)도 깜짝 놀랐다. 어린 태극전사들의 기량을 직접 살피기 위해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오른 출장길이었지만 오히려 짐만 한가득 안고 돌아왔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연령별 대표팀을 운영하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우리가 만난 상대들뿐 아니라 모든 아시아 국가들이 치열하게 준비하더라. 성인레벨 직전 단계의 유소년들을 집중 육성하는 분위기다. 전력이 상향 평준화됐다. 우리도 협회 차원에서의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협회는 7월 4일 기술위원회를 열어 2018러시아월드컵을 책임질 A대표팀 사령탑으로 신태용(47) 감독을 선임했으나 U-23 챔피언십과 내년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을 준비할 적임자는 찾지 못해 선임을 미뤘다. 급한 대로 협회 전임지도자로 활동해온 U-18 대표팀 정정용(48) 감독을 ‘임시 사령탑’으로 정해 베트남 대회를 소화하도록 했으나 어려움이 많았다.
선수 차출부터 원활하지 못했고, 훈련기간 역시 일주일 남짓에 불과했다. 상대국 분석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례적인 일도 아니다. 큰 이벤트가 아닐 경우, 그간 한국축구는 이처럼 연령별 대표팀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했다. 여기에 기량은 좋지만 프로소속 선수 상당수가 경기에 자주 출전하지 못해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다. 정상적인 힘이 발휘될 수 없는 구조다.
더 이상은 곤란하다고 김 부회장은 봤다. 규정상 소집훈련이 원활하지 않은 만큼 선수들의 기량을 꾸준히 유지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규정하는 ‘U-23 1명 이상 필수투입’만으로 전체의 성장을 돕는 데 한계가 있다.
이 과정에서 전해진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가 별도의 팀 구성이다. 프로에서 뛰지 못하는 어린 선수들을 ‘임대 신분’으로 모아 꾸준히 실전 기회를 부여하는 안이다. 23세가 넘으면 각자 소속팀으로 돌려보내고 다른 선수를 임대로 수급하는 형태다. U-23 대표팀을 비롯한 연령별 대표팀들도 무난하게 선수들을 수급할 수 있다. 아직 계획이 이뤄진 것도, 실행에 옮겨진 단계도 아니지만 대단히 긍정적인 발상이다.
우리와 환경은 조금 다르나 유럽에서도 일부 빅 클럽들은 2군 선수단을 하부 리그에 출전시키는 구조로 운영해 벤치마킹의 소재는 비교적 다양하다.
협회 산하 K3리그는 사실상 당장에도 활용할 수 있지만 가급적이면 프로연맹 및 K리그 구단들과 협의를 도출해 챌린지(2부리그) 이상의 수준 높은 무대를 경험시키는 편이 효율을 최대한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김 부회장은 “(별도 팀 구성이) 말처럼 쉽진 않다. 행정 처리 등 풀어야 할 문제도 굉장히 많다. 그래도 어린 선수의 꾸준한 발굴, 육성, 성장은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더불어 좋은 지도자의 육성도 시급하다. 협회 안팎으로 최대한 많은 분들의 조언을 구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