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전 KIA 감독이 KBO 최초 한국야구국가대표 전임감독을 맡았다. 앞으로 3년간 각종 국제대회에서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투수다. 선 감독은 “아무래도 투수 쪽이 가장 걱정된다”며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젊은 투수들이 성장해줘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국제대회에서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믿고 맡길만한 선발투수 부재는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이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부터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WBC 등에서 호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류현진(LA다저스), 김광현(SK), 양현종, 윤석민(이상 KIA) 등 특급투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초반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신 2013년 WBC, 2017년 WBC와 심지어 대회 초대챔피언에 오른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를 앞두고도 기술위원들은 선발진 구성에 애를 먹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매년 국제대회를 준비해야 할 선 감독도 마운드 걱정이 앞선다. 선 감독은 “국가대표 코치를 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류현진 김광현 같이 한 경기를 확실히 책임져줄 선발투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베이징올림픽이나 1, 2회 WBC에서 호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도 단기전에서 7이닝은 막아줄 투수진이 있었던 게 큰 힘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제2의 류현진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올 시즌 박세웅(롯데), 임기영(KIA) 등 젊은 선발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어 고무적이지만, 아직까지 KBO리그를 지배하거나 국제대회에서 외국인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투수들은 아니다. 선 감독은 “지금 선발투수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중간투수들을 잘 활용하는 방법으로 가야할 것 같다”며 “단기전이니까 선발이 5이닝을 막아주고 곧바로 불펜을 가동해 마무리까지 가는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다”고 마운드 운용계획을 설명했다.
물론 포기는 아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희망을 걸고 있다. 선 감독은 “아마추어 경기를 둘러보면서 투수들을 살펴봤다”며 “프로 지명된 투수들 중에서도 두 명 정도는 성장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각 구단에서 관리를 잘 해준다면 2~3년 안에 국가대표로 합류할 수 있는 재목들이 있다. 올림픽까지 좋은 선발투수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