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기온은 오후 1시 32.4도, 최저 기온은 오전 2시 26.9도.’ 7월 24일 도쿄 도심의 기온이다. 올해도 여전히 살인적인 더위다. 왜 서두부터 이 날의 기온을 언급한 이유는, 3년 뒤 도쿄 올림픽 개회식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은 선수에게나 관중에게나 ‘무더위와의 전쟁(酷暑との戰い)’이다. 지난해 리우올림픽 폐회식이 진행된 8월 9일 데이터를 보면 최저 기온은 오전 1시 26.8도, 최고 기온은 오후 1시 37.3도였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더위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은 시원한 가을 하늘 아래 10월 10일 개막식이 열렸다. 이후 이날은 일본에서 ‘체육의 날’로 축일(공휴일)이 됐다(현재는 10월 둘째 주 일요일). 그래서 ‘스포츠의 가을’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도 9월 17일 개막해 무더운 날을 피했다. 사람들에게 이런 기억이 있으니 2020 도쿄 올림픽의 일정을 두고 ‘왜 이 더운 시기에?’라고 불만을 갖는 이도 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7월 15일~8월 31일 개최’를 요구하면서 이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 배경에는 IOC의 최대 수입원인 TV 방영권료가 있다. TV 방영 범위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미국 메이저리그의 포스트시즌이나 유럽 축구 개막 직후 같은 세계적인 인기 스포츠의 주목 시기와 겹치는 가을을 피하려는 것이다. 내년 평창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의 시간이 낮부터 오후까지 설정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피겨 스케이팅의 인기가 높은 미국의 TV 황금 시간대에 맞춘 것이다. 통상 피겨 경기는 저녁부터 진행된다. 선수는 당일 오전에 경기가 열리는 링크에서 훈련을 하고 감각을 확인한다. 그런데 평창 올림픽에서는 낮 시간대에 경기가 열리면서 선수들이 컨디션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이런 배경 탓에 최근의 북반구에서 여름 올림픽은 7,8월 개최가 정착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개최 도시와 비교했을 때 도쿄의 여름도 만만치 않(게 덥)다. 8월 평균 기온을 보면 2012년 올림픽 개최지 런던은 15도, 2008년 베이징은 25도였지만 도쿄는 27도나 됐다. 또 도쿄는 습도가 높다. 2004년 아테네 대회 당시 27도로 도쿄와 비슷했지만 평균 습도가 47%로 도쿄(71%)에 비해 낮았다. 아아, 도쿄 올림픽이 ‘최악의 불쾌한 올림픽(最も不快なオリンピック)’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도쿄 대회 조직위원회에는 무더위 대책 팀을 꾸려 여러 가지 대책을 구상하고 있다. 예컨대 관중의 입장열의 형태. 입장 열이 꾸불꾸불(蛇行·다코우)할 경우 안쪽에 자리 잡은 이들에게는 바람이 통하지 않아 열병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되도록 직선으로 만드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 약 9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얼음을 지급하는 방안도 갖고 있다.
마라톤, 경보, 자전거 코스로 마련된 길에는 노면 온도를 낮추는 특수 포장을 진행할 방침이다. 사전 실험에서는 평소보다 4.8도 낮아지는 결과가 나왔다. 마라톤의 시간도 대회 유치 때는 오전 7시 반에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새벽에 출발하는 방안도 나온다.
올림픽은 그렇지 않아도 비대화된 도시로 한정돼 있다. 세계에는 도쿄 이상으로 더운 도시가 존재하지만 (IOC가) 개최 시기까지 제한할 경우 올림픽 개최에 손을 드는 도시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도쿄는 그런 ‘빈정거림, 비꼼(皮肉·히니쿠)’의 발신자 역할도 하게 된다.
○ 나카고지 토루는? 아사히신문 도쿄 본사 스포츠부 편집 위원. 1968년생. 대학시절까지 축구 선수였다. 입사 후에도 축구를 중심으로 취재하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아사히신문 서울지국 기자로 한국 측을 담당했다. 현재는 스포츠에 얽힌 폭력이나 사고, 그리고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길 환경을 어떻게 만드는지 등을 폭넓게 취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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