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베트남 수교 25주년’을 기념해 7월 29일 하노이 미딩국립경기장에서 펼쳐졌던 K리그 올스타팀과 베트남 SEA(동남아시안)게임 대표팀(22세 이하)의 친선경기는 예상치 못한 결과로 마무리됐다. 최종 스코어 0-1 패배도 충격적이었지만 우리 올스타팀이 경기 내용에서도 상대에 압도당했기에 축제는 악몽으로 변했다. 한수 아래인 베트남 축구에 K리그의 높은 실력을 보여주고 한 수 가르쳐줄 것이라던 믿음도 산산조각이 났다.
야심 차게 기획했고, 온갖 어려운 과정을 딛고 대회를 준비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 때문에 초상집이다. 7월 31일 올스타전 결산회의 분위기는 몹시 침통했다는 후문이다. 1년여 간 모든 구성원들이 들인 노력이 0-1패 배 때문에 빛을 바랬다. “몇 년 째 위축된 K리그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돌파구 마련”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것은 연맹만이 아니다. 올스타팀에 뽑혀 3박 4일(국내 소집 포함) 여정에 동행한 선수들도 참담하기는 마찬가지다.
그저 졌다는 이유로 과도한 비난과 욕을 감내하고 있다. 과거 올스타전은 승패와 관계없이 즐기는 축구에 초점이 맞춰졌고, 올해도 그렇게 준비를 했지만 운이 없었다. 상황이 꼬여도 너무 꼬여버렸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끔찍한 무더위 속에 예상 밖의 치열한 경기를 했던 선수들은 몸도 지쳤지만 마음의 상처는 더 크다.
당장 8월 2일 예정된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주중경기 출전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만신창이다. 특히 교체 7인에 포함되지 못해 본의 아니게(?) 풀타임을 소화한 김신욱, 김진수(이상 전북현대), 손준호(포항 스틸러스), 이슬찬(전남 드래곤즈)은 더 힘겹다.
어느 구단 관계자는 “A매치도 아닌, 단순한 친선경기에 너무 많은 비판이 나왔다. 대충 뛸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죽기 살기로 뛸 이유도 없었다고 본다. 선수들이 짊어지기에 너무 무거운 짐”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또 다른 구단 직원도 “올스타전이 곧 K리그의 실력을 대변하지 않는다. 월드컵 예선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도 아니다.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면서 지금의 흥분이 가라앉기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