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10개 구단은 2017∼2018시즌 개막(10월 14일)에 맞춰 팀 훈련에 한창이다. 모두 한 여름에 흘린 땀이 겨울농사를 좌우한다고 믿는다. 코트에서 보여주는 플레이를 위해 선수들은 팬들이 없는 훈련장에서 수많은 반복훈련과 체력훈련을 한다. 경기와 달리 이 과정은 힘들고 지루하다.
모든 운동의 바탕은 근육의 기억이다. 힘든 반복을 거치지 않으면 몸이 기억하지 못한다. 많은 종목 가운데 겨울 실내스포츠를 대표하는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강도 높은 훈련을 강조해왔다. 그런 방식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도 많았다. 프로배구 삼생화재는 새벽∼오전∼오후∼야간으로 이어지는 신치용식 훈련방식과 팀을 위한 선수들의 헌신으로 수많은 우승신화를 썼다.
신치용 전 감독을 롤모델로 삼는 프로농구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은 삼성화재의 훈련방식과 선수관리를 벤치마킹해 좋은 성적을 냈다. 이러다보니 최근 10년간의 프로농구 오프시즌 트렌드도 ‘강도 높은 훈련’이었다.
강한 훈련을 통해 한계를 이겨내야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강해져 고비를 넘어설 힘이 생긴다는 생각을 가진 지도자가 많았고 구단도 은근히 요구한다. 모비스, 전자랜드 등은 여전히 훈련 강도가 높은 팀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최근 스포츠 과학의 발달과 함께 훈련만큼 휴식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훈련으로 지친 몸에 충분한 휴식 없이 강도 높은 훈련을 거듭할 경우, 부상이 따르기 마련이다. 새로운 생각을 가진 젊은 지도자들이 감독으로 자리하면서 훈련방식에도 변화의 흐름이 생기고 있다.
삼성은 10개 구단 중 훈련이 가장 적은 편이다. 그렇다고 훈련을 대충하는 것은 아니다. 짧은 시간에 효율적인 훈련을 지향하고 있다. 이 감독은 훈련 못지않게 휴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다.
삼성은 7월초부터 크로아티아 출신의 대니얼 러츠 코치를 초빙해 기술훈련을 하는 등 기초를 다지고 있다. 훈련 스트레스와 피로도를 고려해 7월 28일에는 선수단이 단체로 워터파크 캐리비안베이에서 물놀이도 즐겼다.
kt 조동현(41) 감독도 훈련에 변화를 줬다. 지난 2년간 강도 높은 훈련을 추구했지만 부상자가 속출하자 충분한 휴식을 병행하는 쪽을 택했다. 하루 4번씩 하던 훈련방식 대신에 오전, 오후에만 훈련을 하고 있다. 새벽 운동은 없애고 야간 운동은 선수 자율에 맡겼다. 예년과 달리 현재 kt는 큰 부상자 없이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동부의 이상범(48) 감독은 KGC시절부터 훈련 강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편이다. 무조건 강한 훈련을 추구하는 것은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젊은 감독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4월 LG 지휘봉을 잡은 현주엽(42) 감독은 휴식보다는 훈련과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방침에 따라 LG는 하루 4차례 훈련을 강행하고 있다. 과연 어떤 방법이 정답일까. 시즌 뒤 성적표가 대답을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