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포수 출신’ 김태형이 본 박세혁의 성장

두산 포수 박세혁은 양의지의 부상 공백을 잘 메웠다. 잠재력을 확인한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 스포츠동아DB

두산의 주전포수는 양의지(30)다. 이제는 단순히 두산의 주전포수를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안방마님으로 거듭난 그의 존재감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양의지가 6월 26일 잠실 롯데전에서 사구를 맞고 손 골절상을 당했을 때 “두산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축 타자 민병헌(32)도 같은 부위를 다쳐 이탈한 터라 더욱 그랬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두산은 양의지가 1군에서 빠진 6월 27일부터 7월 24일까지 18경기에서 11승 7패(승률 0.611)로 선전했다. 백업포수 박세혁(27)이 그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워준 덕분이다. 애초 박철우 두산 타격코치의 아들로 더 잘 알려졌던 그가 두산의 반등에 힘을 보탠 포수로 존재감을 각인한 것이다. 2013시즌 직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해 2년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2016시즌부터 서서히 출전 시간을 늘려가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포수 출신 김태형 두산 감독도 박세혁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이 즐겁다.

두산 박세혁. 스포츠동아DB

● 성장의 증거, 여유가 생겼다

박세혁은 양의지가 자리를 비운 기간 두산의 18경기에 모두 출장해 타율 0.267(60타수 16안타), 1홈런, 5타점의 성적을 거뒀고, 수비에선 0.444의 도루 저지율을 기록하며 상대 주자를 효과적으로 묶었다. 올 시즌 전체를 봐도 7월 31일까지 65경기에 출장해 370.1이닝 동안 포수 마스크를 쓰며 2개의 실책만 저질렀고, 패스트볼도 단 1개뿐이다. 재빠른 송구로 견제사도 2차례 기록했다. 주자의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하는 포수의 역할을 잘 해낸 것이다. 타격 부문에서도 타율 0.281(139타수 39안타), 4홈런, 19타점, 출루율 0.348로 자기 몫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이를 두고 김 감독은 “(박)세혁이는 확실히 여유가 생긴 것 같다. 투수를 리드할 때도, 타석에서도 그렇다”며 “애초부터 포구와 블로킹 능력을 잘 갖춘 포수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두산 박세혁. 스포츠동아DB

● 김태형의 ‘포수론’에 담긴 특별한 조언

김 감독의 포수론은 확고했다. 그는 “우리 투수의 장점과 특성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곧바로 박세혁을 향한 진심어린 조언이 이어졌다. “선발투수의 공을 받아보고 구종별 컨디션 등을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예를 들어 더스틴 니퍼트가 포수 사인에 고개를 흔들면, (양)의지는 그 다음에 어떤 공을 던질지 안다. 세혁이는 2~3개 정도 더 볼배합을 하더라. 상대 타자의 성향도 잘 알아야 한다. 특정 구종에 대해 70~80% 정도 꿰고 있는 특별한 타자들이 꼭 있는데, 그 점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양의지의 공백을 잘 메운 덕분에 박세혁의 가치도 올라갔다. 7월 25일부터 양의지가 1군에 복귀했지만, 김 감독은 “당분간 베스트 컨디션으로 뛰는 것은 무리”라며 멀리보기를 택했다. 여전히 박세혁의 역할이 크다는 의미다. 김 감독은 “세혁이가 많이 여유가 생겼다. 아주 잘 하더라. 투수들과 호흡을 많이 맞춰보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제자의 기를 살려줬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