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는 체스와 비슷… 목적을 갖고 움직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일 03시 00분


엘리스 美농구대표팀 코치, 고양 오리온 스킬트레이닝 현장

타이론 엘리스 코치(왼쪽)가 26일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프로농구 오리온 선수들에게 세부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엘리스 코치는 개개인의 기술 훈련이 팀공격에 녹아날 수 있도록 몸소 땀 흘리며 선수들과 움직임 하나하나를 함께했다. 고양=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타이론 엘리스 코치(왼쪽)가 26일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프로농구 오리온 선수들에게 세부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엘리스 코치는 개개인의 기술 훈련이 팀공격에 녹아날 수 있도록 몸소 땀 흘리며 선수들과 움직임 하나하나를 함께했다. 고양=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하루 하고 반나절, 미국 애리조나와 경기 고양 사이 16시간 시차에 적응하기에는 한참 모자란 시간이다. 하지만 프로농구 오리온 연습장을 찾은 타이론 엘리스 코치(40)의 표정 어디에도 ‘여독(旅毒)’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달 24일 저녁 한국에 도착한 엘리스 코치는 다음 날 저녁부터 곧바로 스킬트레이닝(세부 기술훈련)에 나섰고 26일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땀을 흘리고 있었다.

엘리스 코치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2년 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추일승 오리온 감독이 스킬트레이닝을 부탁한 게 첫 인연이었다. 당시 추 감독과 처음 만났을 때 미국 D리그(하부리그) 노던애리조나 보조코치였던 엘리스 코치는 소속 팀의 감독으로 승진했고 지난달에는 미국 국가대표 농구팀 코치로 선임됐다. 미국프로농구(NBA) 지명을 받지 못해 10년 넘게 유럽 각지 리그를 전전했지만 은퇴 후에는 열정적인 지도로 지도자 생활 5년 만에 대표팀 코치까지 맡게 됐다. 미국 대표팀 일정 탓에 당초 4주간 진행될 예정이었던 스킬트레이닝이 2주로 줄게 됐다. 엘리스 코치가 훈련 시간을 더 잘게 쪼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엘리스 코치의 발은 훈련계획표를 체크할 때만 빼고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 시간도 아까워 엘리스 코치는 훈련표는 허리춤에, 샤프펜슬은 양말 안쪽에 꽂은 채 코트를 누볐다. 일일이 동작 시범을 보이고 선수 한 명 한 명의 연습 상대가 되다 보니 엘리스 코치의 티셔츠는 온통 땀으로 젖었다. 그는 “내가 먼저 땀을 흘려야 선수들도 주문하는 것을 더 잘 따라온다”며 웃었다.

추 감독은 “엘리스 코치가 선수 시절 유럽에서 많이 뛰어 조직적인 농구를 잘 안다. 흔히 스킬트레이닝이라고 하면 떠올리기 쉬운 가드 중심의 이기적 플레이가 아니라 조직적인 움직임을 위한 디테일을 잘 설명해 준다”고 전했다. 엘리스 코치도 미국에서도 오리온 경기를 챙겨 봤을 만큼 추 감독과 각별한 우정을 자랑한다. 지난 시즌 활약한 조 잭슨 역시 그가 추 감독에게 추천한 선수였다. 엘리스 코치는 “추 감독과 나 모두 수비에서 디테일을 강조하는 농구관이 비슷하다. 지난번보다 신뢰도 더 쌓였다”고 했다. 이번 스킬트레이닝도 엘리스 코치가 기본훈련을 짜오면 추 감독이 오리온의 공격 패턴에 맞춰 조절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엘리스 코치는 자신의 훈련을 체스에 비유했다. “농구는 골을 넣는 게 전부가 아니다. 체스를 두는 것과 비슷하다. 모든 움직임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비슷한 신체 조건을 가진 선수들과 다른 점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느냐다. 선수들에게 늘 ‘최고의 선수는 최고의 배우’라고 한다. 이리 가는 것처럼 하면서 저리 갈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코치로서 내가 하는 일은 선수들의 움직임에 목적성을 주입하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농구하는 게 아니지 않나. 프로선수는 달라야 한다.”

오리온 선수들은 엘리스 코치의 몸짓 하나, 말 한마디에 집중했다. 이승현, 장재석의 군 입대로 어깨가 무거워진 허일영은 “코치님이 설렁설렁하는 걸 싫어하시고 기본기를 강조하셔서 뭐든지 본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게 지도해 주신다”며 “나를 어필할 기회가 찾아온 만큼 피하기보다는 부딪쳐 보겠다”고 말했다.

가드 유망주 김진유도 “코치님과 말이 안 통하니 그저 열심히 따라 하고 있다(웃음). 개인 훈련이지만 그 속에 팀의 움직임이 녹아 있다”며 “아직도 가끔 패턴이 헷갈리는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SK에서 둥지를 옮긴 송창무 역시 “개인 훈련이지만 그 과정에서 팀 훈련도 된다. 뭐든 확실하고 세밀하게 알려주니 도움이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고양=임보미 기자 bom@donga,com·서민호 인턴기자 한양대 경영학부 4학년
#타이론 엘리스#스킬트레이닝#추일승 오리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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