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구위 크게 좋아지지 않았지만… 화끈한 타선 지원에 헥터와 시너지 효과
다승왕-18년 만의 ‘토종 20승’ 향해 진격
지난 시즌 KIA 양현종(29)은 KBO리그에서 가장 불운한 투수 중 하나였다.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4, 5월 두 달 동안 10경기에서 3점대 평균자책점(3.98)을 기록하고도 단 1승밖에 챙기지 못했다. 시즌이 지나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개인 통산 처음으로 200이닝 고지(200과 3분의 1이닝)를 넘고도 가까스로 얻은 10승에 만족해야만 했다.
그랬던 양현종이 올 시즌 활짝 웃고 있다. 8일 현재 팀 동료 헥터(30)와 함께 15승으로 다승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선두인 KIA의 경기력과 더불어 양현종 개인의 운영 능력도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친김에 2013년 공동 다승왕을 차지했던 배영수(당시 삼성·14승) 이후 4년 만에 토종 다승왕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올 시즌 달라진 점이 있다면 타선의 막강한 화력 지원이다. 타자들의 도움이 늘어나면서 마운드에 오르면 오를수록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다. 지난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득점 지원이 최하위권(4.45점)에 속했던 양현종은 최형우, 김선빈 등의 활약에 힘입어 올 시즌 가장 많은 득점 지원(8.82점)을 받고 있다.
투수 출신인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구위 면에서 큰 변화가 나타났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과거의 양현종이 팀에서 홀로 선발진을 이끌어가면서 시즌 내내 큰 부담감에 시달렸다면 올 시즌에는 점수를 내주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한다. 자기 페이스대로 경기를 끌고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1년 차 베테랑이 되면서 마운드 위에서 여유도 갖췄다. 지난달 경기에서는 2년 차 유격수 최원준이 평범한 땅볼을 놓쳤다가 다시 잡아 처리하자 마운드에 서 있던 양현종이 장난스럽게 주먹을 쥐며 후배를 격려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외국인 에이스 헥터와 2년째 한솥밥을 먹으면서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헥터는 점수 차에 따른 투구 완급 조절이 리그 최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차 위원은 “(양현종의 투구 스타일이) 상대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편이다 보니 늘 많은 투구 수에 발목을 잡혔는데 올 시즌 양현종이 헥터와 함께하면서 완급 조절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6.01개였던 양현종의 이닝당 투구 수는 올해 15.66개로 줄었다.
남은 시즌 양현종의 호투가 이어진다면 1999년 현대 정민태 이후 명맥이 끊긴 토종 20승에도 도전할 수 있다. 로테이션을 고려했을 때 양현종에게는 아직 9, 10번의 등판 기회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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