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 현재까지는 이 타자에게 가장 어울리는 한 문장이다. 올 시즌 처음으로 3할 타율에 입성한 ‘베테랑’ 김주찬(36·KIA)의 이야기다.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시작한 시즌이었다. 김주찬은 2013시즌을 앞두고 KIA와 이미 한 차례 4년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금액은 무려 50억 원. 많은 액수만큼이나 책임감이 뒤따르는 금액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건강’이 발목을 잡았다. KIA로 이적한 뒤 맞이한 첫 시즌에 47경기 출장에 그치면서 두 번째 FA 취득이 1년 미뤄졌다. 그는 기존 계약대로라면 마지막 해였을 지난해에 13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6를 기록했다. 경기 수, 타율 모두 개인 최다기록이었다. 소위 말하는 ‘잭팟’을 터트릴 수 있는 기회였지만 그에게는 1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지난해의 추억은 어느새 뛰어넘어야 할 기준선이 됐다. 부담감에 시즌 초부터 타율이 곤두박질쳤다. 그가 4월에 기록한 타율은 0.183. 최저타율은 0.148까지 떨어졌다. 5월에도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없었다. 초반에 잠시 반짝임이 있었으나 중순부터 다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결국, 5월에도 월간타율 0.145를 기록해 고개를 숙였다. 승승장구하는 팀 성적에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의 고민은 늘어만 갔다.
김주찬의 방망이는 내리쬐는 태양과 함께 6월부터 뜨거워졌다. 그의 타율은 거짓말같이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 경기에서 4안타 이상을 기록한 경기가 6월에만 3경기나 됐다. 화끈한 몰아치기와 함께 타격감도 점차 올랐다. 17경기에서 27안타를 때려 6월타율 0.435를 기록했다. 앞서 두 달간 친 안타보다 6월 한 달에 기록한 안타가 더 많았다.
7월에도 불방망이는 계속됐다. 월간타율 0.384를 기록해 6월보다 다소 식은(?) 타격감을 선보였으나 시즌 타율은 어느새 0.290을 돌파했다. 그리고 8일 광주에서 열린 넥센전. 그는 3안타를 작렬시켜 마침내 타율 0.302를 찍었다. 올 시즌 첫 3할 입성이었다.
KIA는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 들어 그 무섭던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중위권서 맴돌던 두산이 연승행진을 발판삼아 무섭게 상위권을 압박하고 있다. 결국 선두 수성에 힘을 가하려면 다시 추진력을 얻어야 하는 상태다. 김주찬의 살아난 타격감은 KIA의 후반기 성적을 이끌고 갈 키(Key)다. 베테랑의 면목은 팀이 위기를 맞은 순간 빛나는 법이다. 시즌 초 꾸준히 자신을 믿어준 팀과 동료들에게 이제는 그가 응답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