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도루하는 소리’가 실화가 됐다. 야구계에선 정말 이뤄지기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로 롯데 이대호(35)의 도루를 꼽는다. 거구의 거포인 이대호는 타격 7관왕은 가능해도 도루타이틀만은 노릴 수 없는 스타일이다. 부상 위험까지 따르기에 도루 시도조차 비합리적인 행위다. 이 탓에 이대호는 사직구장 외야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성 타구를 날리고도 안타로 끝날 때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느린 발 이상의 가치를 이대호는 방망이로 보여준다.
이런 이대호의 희귀한 도루가 9일 사직구장에서 현실로 목격됐다. 롯데 4번 타자로 나선 이대호는 kt를 맞아 1회말 1사 3루에서 우전 적시타를 쳐내고 출루했다. 이어 다음타자 김문호의 볼넷으로 2루까지 갔다. 이 상황에서 롯데 조원우 감독은 kt의 의표를 찌르는 더블 스틸을 감행했다. kt 포수 장성우는 3루에 공을 던졌지만 이대호의 발이 더 빨랐다. 예기치 못했던 도루 시도에 kt 배터리와 벤치가 당한 셈이다. 이대호의 2017시즌 1호 도루였다.
이 도루 성공으로 이대호는 KBO리그 개인통산 10호 도루를 채웠다. 2011년 10월 4일 사직 한화전 이후 2136일 만에 다시 본 이대호의 도루였다. 또 이대호의 3루 도루로만 한정하면 10개 가운데 3번째다. 2004년 6월25일 사직 삼성전 이후 처음이니까 무려 4793일 만에 재현된 이대호의 3루 스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