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에 ‘니도류(二刀流)’라는 단어가 있다. 검술로 양손에 각각 칼을 가진 기술을 뜻하는 동시에 두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는 비유적 표현으로도 사용된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그 니도류를 보여주는 인물이 있다. 니혼햄 파이터스의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23). 그는 시속 160km를 오르내리는 강속구를 던지는 정통파 투수이면서 공을 던지지 않는 날에는 타자로 타석에 선다. 올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은 발목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지만 내년엔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최근 일본 프로야구에서 니도류를 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1980년대 초창기에 해태 김성한이 투수와 타자를 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고교 야구라면 투수가 타순의 중심축을 활약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가 되면 두개를 모두 하기란 부담이 크다. 선수 본인은 물론 감독에게도 결단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오타니는 2013년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니도류를 실천하고 있다. 선발 투수로 등판하기 이틀 전과 등판한 다음날을 제외하고 나머지 날에는 타자로 활약한다. 그는 프로 1,2년차까지는 외야수도 한 적이 있지만 2015년부터는 지명 타자로 뛰었다(체력 안배 차원으로 보인다). 그렇게 오타니는 지난해까지 4시즌동안 투수로 39승 13패. 타자로는 타율 0.275에 40홈런을 기록했다. 2015년에는 최다승, 최우수 평균자책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지난해는 투수, 지명 타자 부문에서도 리그 베스트 9에 뽑혔다. 사상 처음으로 투수와 야수 동시 수상자가 됐다.
오타니를 니도류로 활용하고 있는 니혼햄의 쿠리야마 히데키(栗山英樹) 감독은 올 시즌에 앞서 아사히신문이 개최한 토크 이벤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20년이 지나면 각 팀에 니도류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아이들이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오타니를 보면서 프로야구에서 니도류가 가능하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야구계의 흥미진진한 재미로 이어질 것이다.”
이 토크 이벤트의 사회를 맡았던 필자는 쿠리야마 감독에게 “오타니에게 외야수도 시켜 ‘삼도류(三刀流)’를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쿠리야마 감독은 “그러한 생각을 오타니 본인이 갖고 있는 게 중요하다. 야구에는 정답이 없다. ‘이게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못한다. ‘모두 가능하다’는 발상이 없으면 아무런 상상력이 태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타니의 도전은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겠다는 융통성 있는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쿠리야마 감독은 지난해 1번타자에 투수 오타니를 넣는 파격적인 타순을 공개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오타니는 그 경기에서 선두 타자 초구 홈런을 치는 진기록을 세웠다.
오타니는 올 시즌 지명타자로 8경기에 출전해 타율 0.407, 2홈런으로 활약했지만 4월에 부상을 당했다. 6월에 복귀했지만 선발투수로는 한 번 등판해 29개의 공을 던지고 2회 도중 물러났다. 최근에는 지명 타자로만 출전하는 신중한 기용법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니도류는 무리다’라는 부정론이 없었으면 한다. 그래야 한국에도 오타니 같은 니도류 선수가 등장하지 않을까. ○ 나카고지 토루는?
아사히신문 도쿄 본사 스포츠부 편집 위원. 1968년생. 대학시절까지 축구 선수였다. 입사 후에도 축구를 중심으로 취재하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아사히신문 서울지국 기자로 한국 측을 담당했다. 현재는 스포츠에 얽힌 폭력이나 사고, 그리고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길 환경을 어떻게 만드는지 등을 폭넓게 취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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