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2일 03시 00분


평창올림픽 준비하는 컬링대표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인 경북체육회 선수들이 11일 경북컬링훈련원에서 빙상 훈련을 하고 있다. 앞쪽부터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 김영미. 선수들은 “올림픽 경기장에 있다는 상상을 하며 집중해서 훈련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의성=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인 경북체육회 선수들이 11일 경북컬링훈련원에서 빙상 훈련을 하고 있다. 앞쪽부터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 김영미. 선수들은 “올림픽 경기장에 있다는 상상을 하며 집중해서 훈련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의성=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1일 경북 의성에 위치한 경북컬링훈련원으로 들어서는 여자 컬링대표팀 김영미(26·경북체육회)는 미소를 지었다. 고된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는 훈련장으로 들어서는데 웃음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에 도착한 느낌이에요. 훈련이 힘들어도 곁을 지켜주는 동료들이 있으니까…. 매일 아침 훈련원을 들어올 때마다 ‘다시 시작해 보자’고 다짐합니다.”

경북컬링훈련원은 2018 평창겨울올림픽 컬링 국가대표팀의 ‘산파’ 역할을 한 곳이다. 2006년 건립된 국내 최초 컬링전용경기장인 이곳에서 한솥밥을 먹은 경북체육회가 올림픽 남녀·믹스더블 태극마크를 석권했기 때문이다. 경북체육회 선수들은 해외 훈련을 제외한 1년 중 절반을 훈련원에서 보낸다.

‘빙판 위 체스’로 불리는 컬링은 수 싸움이 치열하기 때문에 팀원들 간의 호흡이 중요하다. 대표팀 선수 12명 가운데 8명이 의성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김민정 여자대표팀 감독(36)은 “선수들 대부분이 중고교 시절 집 근처에 생긴 컬링장에서 취미로 컬링을 시작했다가 실력이 늘면서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여자대표팀 김선영(24)은 “남녀가 연습경기를 하면서 실력을 키웠다. 여자 팀은 남자 선수들의 공격적 경기 운영을, 남자 선수들은 여자팀의 수비 전술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지붕’에서 훈련 중인 경북체육회에는 실제 가족도 많다. 남자 팀 김민찬(30)은 김 감독의 동생이며, 남자 팀 이기복과 믹스더블 이기정(22)은 쌍둥이다. 여자 팀 김영미와 김경애(23)는 자매. 남자 팀 김창민(32)은 “경기에서 지면 상처를 받을 때가 많다. 하지만 서로의 심리를 아는 가족 선수들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체력 훈련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이들은 짐볼 위에서 균형 잡기, 팔굽혀 펴기 등 12개 종목을 1시간 동안 훈련한다. 오후에는 4시간가량 빙상 훈련을 한다. 신음 소리가 가득했던 체력 훈련과 달리 빙상 훈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원하는 곳으로 스톤을 보냈을 때는 박수를 치거나 서로를 격려하기도 한다.

남자(세계 15위), 여자(8위), 믹스더블(12위) 모두 평창 올림픽 메달 획득이 목표다. 올림픽 메달을 향한 경북체육회의 과제는 ‘집 밖에서의 도전’에 대비하는 것. 경북훈련원은 2층에 소규모 관람 공간이 있지만 올림픽이 열리는 강릉컬링센터는 3500명의 관중이 들어올 수 있다. 대표팀은 관중 소음과 체온에 따른 빙질 변화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장반석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은 “2월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테스트이벤트에서 많은 관중을 두고 경기를 해보니 소음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야구장에서 소음 적응 훈련을 한 양궁 대표팀 관계자에게 강의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강릉컬링센터에서 대회를 치러 안방 이점을 누릴 기회를 얻고 싶다. 또한 해외 지도자를 초빙해 선수들의 실력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릉컬링센터는 3월 바닥 균열 문제가 발생해 한동안 사용이 금지됐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지난달 보수 공사를 끝냈다. 대표팀 사용 일정도 협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여름휴가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경북훈련원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 총리는 당초 이날 경북 유림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인근에 컬링 선수들이 훈련한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우리 스포츠 역사를 보면 늘 국민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그리고 의외의 분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며 “평창올림픽 컬링에서 금메달이 나온다면 우리가 목표한 금메달 8개는 순조롭게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성=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 유근형 기자
#컬링#평창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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