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 입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5일 03시 00분


홀 끝에 걸린 공이 12초만에 ‘쏙’
메이저 PGA챔피언십 우승 토머스… 4R 10번홀 행운의 버디 승기 잡아


12초를 멈춰 있던 공이 스르륵 컵 안으로 떨어졌다. 마치 누군가 공을 향해 입김이라도 분 것 같았다. 행운의 기운을 맞은 저스틴 토머스(24·미국)가 생애 첫 메이저 챔피언에 등극했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 4라운드 10번홀(파5·601야드)에서 일어난 일이다. 토머스는 이 홀에서 2.4m 버디 퍼트를 했지만 공은 컵 왼쪽 에지에 걸려 있었다. 방송 해설을 맡은 닉 팔도는 “하나, 둘, 셋…” 하고 숫자를 셌지만 공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쉽게 지켜보던 토머스가 홀아웃을 하려고 이동하자 공은 컵 속으로 사라졌다. 이 버디로 공동 선두에 복귀한 그는 치열한 후반 승부 끝에 최후의 승자가 됐다.

4라운드 10번홀 그린에서 저스틴 토머스가 퍼팅한 공이 홀 가장자리에 걸려 있다. 이 공은 12초 만에 홀 안으로 사라져 행운의 버디가 됐다. 사진 출처 PGA투어 홈페이지
4라운드 10번홀 그린에서 저스틴 토머스가 퍼팅한 공이 홀 가장자리에 걸려 있다. 이 공은 12초 만에 홀 안으로 사라져 행운의 버디가 됐다. 사진 출처 PGA투어 홈페이지

토머스는 14일 미국 샬럿 퀘일할로골프장(파71)에서 끝난 대회 4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쳐 최종 합계 8언더파로 우승했다. 대회 사상 99번째 무대에서 정상에 선 그는 상금 189만 달러(약 21억6000만 원)와 함께 워너메이커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시즌 4승에 세계 6위로 점프.

토머스의 ‘12초 버디’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골프 규칙 16조 2항에 따르면 ‘공의 일부가 홀 가장자리에 걸쳐 있는 경우 공이 정지해 있는가 아닌가를 확인하기 위해 10초가 허용된다’고 돼 있기 때문. 토머스가 10초를 넘겼기에 버디가 아니라 파라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10초를 세는 건 공이 가장자리에 멈춰 선 순간부터가 아니라 선수가 부당한 지연 없이 다음 스트로크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부터여서 규칙 위반이 아니었다. 원형중 이화여대 교수(골프 전공)는 “일부러 시간을 끌지 않아 10초 룰과는 무관했다”고 설명했다.

13번 홀(파3)에서는 12m 칩인 버디까지 넣은 토머스는 1월 소니오픈에서 역대 최연소로 59타를 기록한 뒤 PGA투어 72홀 최소타 기록(27언더파 253타)으로로 우승했다. 178cm, 66kg의 왜소한 체구에도 ‘까치발 스윙’을 앞세워 폭발적 장타를 지녔다. 이번 대회에서도 327.9야드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로 1위.

지난달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음료수를 부어 마시고 있는 조던 스피스(왼쪽)와 저스틴 토머스. 골프채널 화면 캡처
지난달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음료수를 부어 마시고 있는 조던 스피스(왼쪽)와 저스틴 토머스. 골프채널 화면 캡처

우승 후 토머스는 자신에 골프를 가르친 클럽 프로 출신 아버지 마이크와 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토머스의 할아버지 역시 PGA 프로 출신. 3대에 걸친 골프 집안에서 처음으로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안은 토머스는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내게 누구보다 큰 영감을 준 존재”라고 고마워했다.

주니어 시절 햄버거를 물고 있는 저스틴 토머스(왼쪽)와 조던 스피스. 사진출처 PGA투어 트위터
주니어 시절 햄버거를 물고 있는 저스틴 토머스(왼쪽)와 조던 스피스. 사진출처 PGA투어 트위터

토머스는 이번 대회에서 최연소 커리어그램드슬램에 도전했다 실패하며 공동 28위에 자리한 조던 스피스(미국)와는 주니어 시절부터 절친한 동갑내기 친구 사이다. 주니어 시절 함께 햄버거를 먹어가며 골프 스타의 꿈을 꿨던 토머스와 스피스는 차세대 필드 에이스로 라이벌 구도를 그려가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프#메이저 pga챔피언십#저스틴 토머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