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기록 85타수 22안타 타율 0.259 5홈런 장타율 0.471 OPS 0.828. 홈런 숫자는 괜찮지만 그렇다고 좋은 성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평범하다. 주인공이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가장 많은 4년 150억원을 받는 롯데 이대호(35)라면 평가가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이대호는 7월 부진했다. 7월 기록한 4개 병살타는 팀 동료 전준우와 똑 같은 숫자지만 이대호이기 때문에 더 많아 보였다.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은 장타에 OPS는 특급 타자 수준에서 멀어졌다.
롯데는 팀의 기둥 이대호의 폭발력이 줄어들면서 5강 경쟁에서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7월 말 조쉬 린드블럼이 긴급 수혈 됐고 불펜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으며 급격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절묘하게 이대호의 방망이도 시즌 초 모습 그대로 다시 펑펑 터지기 시작했다.
이대호는 16일 사직 두산전에서 0-1로 뒤진 4회말 2사 동점 1점 홈런, 2-2로 맞선 6회말에는 결승 1점 홈런을 터트리며 팀 4-2 승리를 이끌었다. 연타석 홈런으로 시즌 23~24호를 기록하며 이름에 어울리는 폭발력을 보여줬다. 두산과 2연전을 싹슬이한 롯데는 56승2무53패로 5할 승률에 ‘플러스 3’를 마크하며 가파른 상승세로 6위를 유지한 채 5위 추격에 속도를 냈다.
롯데 이대호(왼쪽).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시즌 23호는 호투를 이어가던 마이클 보우덴의 시속 145㎞ 빠른 공을 잡아당겨 좌중간 펜스를 넘겼다. 다음 타석에서 터진 24호는 전 타석과 비슷한 코스로 들어온 바깥쪽 공이었지만 포심 패스트볼이 아닌 포크볼이었다. 높은 코스로 떨어지자 기술적으로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이날 홈런 2방을 터트리면서 이대호는 올 시즌 리그에서 7번째로 전 구단을 상대로 홈런을 기록하게 됐다. 개인 통산 8번째 전 구단 상대 홈런이다.
이대호가 KBO리그에서 연타석 홈런을 때린 건 2011년 9월 16일 청주 한화전 이후 2161일 만이다. 이날 홈런 2방을 때리면서 17연속경기 안타 행진도 이어가게 됐다.
이대호는 이날까지 8월 14경기에서 21안타를 때리며 타율 0.375, 5홈런 14타점을 기록하며 팀 상승세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두산전 홈런 2방 역시 동점과 역전 등 팀에 가장 필요한 순간 터진 결정적 한방이었다. 롯데가 믿음직한 이대호의 방망이로 5강 전쟁에서 큰 힘을 얻고 있다.
이대호는 “순위 싸움이 치열하다. 팀원들 모두 더욱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팀 후배들이 정말 열심히 해주고 있어 고맙다. 주장으로 좋은 모습 보여주려 하는데 내 마음처럼 잘 안 될 때도 있다”며 고충을 털어 놓은 뒤 “두산전을 계기로 모두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타격 감이 좋지 않았는데 최근 많이 좋아졌다. 안타가 되지 않더라고 좋은 타구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좋은 감각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