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훈(37·전 한화)은 현역 시절 ‘명품수비’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탄탄한 기본기에서 비롯된 안정된 수비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2015시즌 직후 프리에이전트(FA) 계약기간을 2년 남겨두고 웨이버 공시돼 조용히 현역생활을 마무리했지만, 후회는 전혀 없다. 16일 고양시 설문동 NH인재원 내 실내야구장에서 만난 그는 14명의 야구 꿈나무들과 함께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한화 선수가 아닌, ‘한상훈 베이스볼클럽’ 감독으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 지 1년여가 지난 지금의 그는 야구 전도사가 돼 있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 이 한 마디에는 큰 울림이 있었다.
● 프로야구 선수 한상훈은 잊어라
한상훈은 2013시즌이 끝나고 한화와 4년 총액 13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하며 “한화는 내 고향”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한화는 한상훈이 처음 프로생활을 시작해(2003시즌) 12년을 몸담으며 주장(2013시즌)과 FA 계약까지 했던 팀인 만큼 애정이 클 수밖에 없다. 지금도 한화 경기를 챙겨본다며 “요즘 유격수로 자주 나오는 정경운은 언제 1군에 올라왔냐?”고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한상훈이 지도하는 초등학교 2~6학년생들은 그의 현역 시절 응원가까지 알고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한상훈은 과거의 영광을 내려놓았다. “프로선수 한상훈이라는 타이틀은 잊어야 한다. 이름값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매일같이 승합차를 몰고 학생들을 실어 나르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경기도 파주 지역에서 이만수 전 SK 감독과 함께 재능기부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때 하루에 40명 정도만 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80명씩 오더라. 2016년 9월에 취미반을 만들었고, 2개월 뒤에는 선수반(유소년 야구단)을 만들었다. 총 35명 정도 된다. 올해 1월에는 미국 야구캠프도 다녀왔다. 프로선수 경력을 내세우기보다 학부형들께서 얼마나 나를 믿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도록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돌아봤다.
● ‘기다려라’ 지도자 한상훈이 얻은 깨달음
한상훈은 훈련을 준비 중인 학생들을 바라보며 “오히려 내가 아이들에게 배운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초등학교 야구부 폭행사건 등을 접하며 큰 아쉬움을 느낀 듯했다. “때리고 욕을 하면 아이들이 무서워서라도 금방은 말을 들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그 시간이 조금 길어질 수는 있겠지만,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상훈과 함께 학생들을 지도하는 권혁돈 감독과도 뜻이 통했다. 한상훈의 고교 시절 코치였던 권 감독은 수비훈련 도중 학생들에게 “한상훈 감독님의 현역 시절 별명이 ‘명품수비’였다. 우리가 다른 것은 몰라도 수비만큼은 확실히 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힘을 실어준다. 한상훈에게는 최고의 조력자다.
● 왜 그토록 기본기를 강조할까
기본기는 한상훈이 현역 시절부터 가장 강조했던 부분이다. 훈련 시작 후 약 1시간 동안 러닝과 스트레칭을 하는데, 그는 “러닝과 코어 운동은 많이 해야 한다. 체력이 뒷받침돼야 기술훈련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수비 훈련도 단계별로 진행한다. 포구에 문제가 있으면 송구 동작으로 넘어가지 않는 식이다. 백핸드 캐치 등 멋을 부리는 행위도 금물이다. 그런 모습이 보이면 “프로에 가서 하자”고 격려한다.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닌, 왜 해야만 하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하니 학생들의 이해가 빠르다. 그 덕분에 학부형들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훈련을 참관할 수 있다. 한상훈은 “모든 것은 기본기에서 출발한다. 기술훈련도 기본기를 갖춰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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