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구장 찾고 있지만 어려움 많아
올림픽 사후 활용방안 미정 ‘오벌’
적은 비용으로 ‘축구 돔구장’ 가능
조직위 관계자 “반대할 이유 없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이 반년도 안 남았건만 ‘강릉 오벌(Oval·타원형)’이라 불리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사후 활용 방안은 여전히 미정이다. 이곳은 존치와 철거 방침이 여러 차례 번복된 끝에 남겨두기로 한 시설이다. 이후 컨벤션센터, 워터파크 등으로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흐지부지됐다. 그런 시설은 인근에도 많다. “훈련시설로 쓰자”는 목소리도 컸다. 국제 규격을 갖춘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이 서울에 있는데 강릉까지 갈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더 컸다. 올해 초에는 물류단지 조성 전문 업체가 냉동창고로 이용하는 방안을 강원도에 접수시키기도 했다. 이 뉴스를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부분 “이게 사실이냐”였다. 이런 가운데 강릉 오벌을 축구장으로 쓰자는 아이디어가 축구계에서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 승격을 앞두고 과감한 투자로 화제를 모은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강원 FC가 ‘안방’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창단 때부터 강릉종합운동장을 사용해 왔던 강원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강릉시로부터 더 쓸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올림픽 보안시설로 지정된 데다 트랙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 성분이 나왔다는 이유였다. 강원은 할 수 없이 지난해 챌린지(2부 리그)에 있을 때 이용했던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을 안방으로 삼았다. 프로구단의 안방으로 쓰기에는 접근성이 너무 떨어졌다. 전반기 강원의 평균 유료 관중은 1335명으로 12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10월 이후에는 스키점핑타워도 보안시설로 지정되기 때문에 강원은 당장 올 시즌 스플릿 라운드부터 사용할 구장을 찾아야 한다. 강릉시청은 최근 강원에 “올림픽 및 패럴림픽이 끝난 뒤 강원이 강릉에서 안방 경기를 치르게 할 것인지 판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강원은 원주와 춘천 등의 경기장을 찾고 있지만 내심은 강릉 복귀다. 조태룡 강원 대표는 “강릉시민을 대상으로 열심히 마케팅 활동을 해 왔다. ‘후원의 집’ 161곳도 대부분 여기에 있다. 축구의 도시이자 창단부터 함께 한 강릉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문을 굳게 닫은 강릉종합운동장 대신 강릉 오벌을 강원의 안방으로 쓸 수는 없을까. 현장을 다녀온 강원 관계자는 충분히 축구장으로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천연 잔디 구장을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규정을 조금 손보면 인조 잔디를 사용하지 못할 것도 없다. 인조 잔디 조성 업체에 따르면 5억∼10억 원의 비용으로 국내 유일의 축구 돔구장이 탄생할 수 있다. 욕심을 더 내 천장을 뜯거나 채광이 가능하게 바꾸면 천연 잔디를 깔 수도 있다. 평창 조직위 관계자는 “시설은 사용일수를 늘리는 게 가장 중요한데 프로구단이 쓴다면 반가운 일이다. 기술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축구 시즌이 아닐 때 빙상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면 올림픽 유산으로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1300억 원이 넘게 들어간 강릉 오벌의 올림픽 이후 모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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