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조원우 감독은 20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전준우(31)의 최근 부진에 관해 이 같이 진단했다.
롯데는 전날까지 후반기 28경기에서 17승 10패 1무(승률 0.630)로 순항하며 포스트시즌(PS) 진출 경쟁에 불을 지폈다. 타자들의 방망이에 힘이 붙었고, 마운드까지 안정된 덕분에 거침없이 질주했다. 그러나 전준우의 방망이는 유독 침묵했다. 전반기 52경기에서 타율 0.341(217타수 74안타), 11홈런, 34타점의 성적을 거뒀지만, 후반기 28경기에선 타율 0.261(115타수 30안타), 2홈런, 18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특히 8월 17경기에선 타율 0.230(74타수 17안타), 1홈런, 9타점의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20일에는 아예 선발 라인업에서도 빠졌다. 조 감독은 “경기 후반에 대타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롯데는 한화전에서 7회까지 소위 답답한 야구를 했다. 1회에만 실책과 폭투를 2개씩 범하며 2점을 허용했고, 1-2로 추격한 3회 무사 2루, 4회 1사 1·3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탓에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이때 전준우가 해결사로 나섰다. 조 감독의 말대로 팀이 1-2로 뒤진 8회초 1사 1루에서 나경민 타석에 대타로 들어섰고, 한화 송창식의 3구째 직구(시속 140㎞)를 잡아당겨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역전 2점홈런(14호)을 터트렸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던 비거리 120m의 대형 아치였다.
롯데는 8회말 3-3 동점을 허용했지만, 역전까지 내주진 않았다. 전준우의 수비가 크게 한몫했다. 1사 2·3루의 추가 실점 위기에서 오선진의 타구를 원바운드로 잡아낸 뒤 정확한 홈 송구로 스타트가 늦은 3루주자 하주석을 태그아웃 처리했다. 9회초 찾아온 마지막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2사 2루에서 한화는 손아섭을 고의4구로 거르고 전준우와 승부를 택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이었다. 전준우는 심수창의 2구째를 받아쳐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쳐냈고, 2루 주자 김동한이 홈을 밟아 4-3이 됐다. 홈 송구를 틈타 2루에 안착한 전준우는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만끽했다. 자칫 상승세가 한풀 꺾일 뻔했던 롯데의 분위기를 다시 살려놓은 주인공의 포효였다.
4-3 짜릿한 1점차 승리를 거둔 롯데(59승2무54패)는 이날 NC에 패한 넥센(59승1무55패 )을 6위로 밀어내고 5위로 올라섰다. 올 시즌 36차례 역전승을 거두며 이 부문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롯데의 후반기 상승세는 더욱 무섭다. 15차례 역전승을 거두며 역전패는 5차례에 불과하다. 17~18일 고척 넥센 2연전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한 데 이어 패색이 짙었던 이날 경기마저 뒤집으며 ‘역전의 명수’임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