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류현진(30·LA 다저스)은 5회까지 안타 세 개만 허용하며 무실점 피칭을 했다. 하지만 승리는 챙기지 못했다. 다저스 타선이 7회부터 전광판의 0의 행진을 마감하고 숫자를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20일 디트로이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무실점(3피안타 4볼넷 4삼진) 호투로 팀의 3-0 승리의 발판을 놨다. 다저스는 6연승을 달렸다.
이날 5이닝을 소화한 류현진은 2015년 어깨 수술 후 처음으로 시즌 100이닝을 넘겼다. 2014시즌 이후 3시즌 만이다. 5이닝 이상 던지며 무실점을 기록한 것도 올 시즌 들어 세 번째다. 그 덕분에 평균자책점도 올 시즌 최저치인 3.45로 낮췄다.
하지만 류현진의 시즌 성적은 여전히 4승 6패에 머물러 있다. 유독 류현진 등판 때마다 다저스 타선이 힘을 쓰지 못한 까닭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0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 101명 중 경기당 득점 지원이 75위(4.28)다. 다저스 타선이 리그에서 타점 6위, 홈런 10위, 타율 13위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수치다. 국내 누리꾼들이 ‘다저스 타자들에게 밥이라도 좀 사라’는 댓글을 쏟아낼 정도다.
같은 팀 앨릭스 우드가 5.63점으로 전체 5위에 올라 있고, 마에다 겐타, 클레이턴 커쇼 모두 5점대 득점 지원으로 2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다저스 선발진 중 류현진보다 득점 지원이 낮은 건 다루빗슈 유뿐이다. 하지만 다루빗슈도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등판한 경기만 따지면 득점 지원이 4.67로 류현진보다 높다.
스스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이날 류현진은 이번 시즌 경기당 볼넷 평균치(1.68개)의 두 배가 넘는 볼넷 4개를 내줬다. 류현진도 “초반 제구가 잘 안 돼 불리한 카운트로 가다 보니 결정구 때 볼이 많아졌다. 볼넷 주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데 좋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커쇼, 우드를 제외하고는 좀처럼 6회 이상을 선발투수에게 맡기지 않는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특성상 투구수가 유달리 적지 않고서야 류현진이 6회 이후에도 마운드를 지킬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이날 투구수는 89개로 류현진이 올 시즌 투구수 90개 이하, 2실점 이하의 피칭을 하고도 5회에서 투구를 마무리한 게 이번에만 4번째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은 “로버츠 감독의 성향상 류현진에게는 경기 내용도 좋아야 하고 투구수도 관리해야 한다는 이중고가 있을 것이다. 유달리 적은 득점 지원도 아쉽다. 하지만 부상 후유증 없이 선발 로테이션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 현재 류현진에게는 가장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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