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10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노리는 한국축구가 운명의 여정에 나섰다. 8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란과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홈 9차전과 9월 5일 타슈켄트에서 벌어지는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 10차전(최종전)이다.
8경기에서 4승1무3패(승점 13)로 불안한 2위다. 3위 우즈베키스탄(4승4패·승점 12)의 추격에 뒤가 근질근질하다. 이란∼우즈베키스탄과 2연전을 잘 버텨내지 못하면 한국축구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수렁에 빠져들 수 있다.
2위까지는 본선에 직행하지만 3위는 희박한 확률게임으로 내몰린다. 아시아 플레이오프(PO·10월)∼대륙간PO(북중미 4위·11월)를 통과해야 한다. 상상하기 싫지만 4위 시리아(승점 9), 5위 카타르(승점 7)에도 뒤집힐 수 있다.
올해 치른 4차례 A매치에서 대표팀은 1승1무2패로 몹시 부진했다. 3골을 넣었고 4실점 했다. 전부 아시아 최종예선이라 충격은 더 컸다.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이 떠나고 신태용(47) 감독이 부임한 이유다.
어느 순간부터 잘 이기지 못하는, 이기는 방법을 잊은 팀을 이끌어야 하는 신 감독은 8월 21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분명한 한 마디를 남겼다. “더 자신 있는 플레이를 했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밀렸다.”소집 기자회견에서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이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내용에서도 앞서지 못한 이유’를 묻자 신 감독은 “내가 (코치로) 모셨던 분을 폄훼할 수 있어 최대한 자제 하겠다”면서도 ‘자신감 결여’라는 말은 빼놓지 않았다. 사실 맞는 얘기다.
한국은 이란과의 역대전적에서 9승7무13패로 열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팽팽했었지만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2회)∼원정 평가전∼2016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4경기를 거치며 격차가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스코어도 0-1로 똑같았다. 그래서일까. 신 감독은‘하고 싶은 축구’대신 ‘이기는 축구’를 약속했다. 이란이 해온 것처럼 우리도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가겠단다.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큰 폭의 물갈이도 했다. 6월 카타르 원정 엔트리에서 12명을 빼고 새로운 14명을 불러들였다. 새 부대에 담긴 새 술의 의욕은 차고 넘친다. 코칭스태프의 스킨십도 활발하다. 항상 무겁고 진지하기만 했던 전임 감독 시절의 딱딱함이 전혀 없다.
팀 훈련 내내 농담이 끊이질 않고, 유쾌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신 감독은 자신이 추구하는‘패스&무브’를 주입시키기 위해 딱딱한 상대국 분석영상이 아닌, 첼시∼아스널(이상 잉글랜드)∼FC바르셀로나(스페인) 등 유럽 명문클럽들의 공수전개 편집영상을 보여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스스로의 잘못된 장면을 꼬집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슈틸리케호’와는 접근부터 다르다.
이근호(32·강원FC)는 “끊임없이 대화가 이뤄진다. 나이구분 없이 계속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정말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대표팀 스태프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구성원 모두가 거듭 되새기고 있다”고 귀띔했다. ‘위닝 멘탈리티’를 다시 불어넣기 위한 신태용호의 노력은 이렇게 작은 부분에서 시작되고 있다. 공성지하(攻城之下) 공심지상(攻心之上)이라고 했다. 세상 모든 일의 성공은 마음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