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면 수비수들이 공격 진영으로 넘어와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아야 공격수들이 침투할 공간이 생기고 ‘돌려치기’(패스 축구를 뜻함)도 효과를 본다.”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자신의 공격 철학을 이렇게 설명한다. 측면 수비수들이 수비에만 치중하지 말고 공격수와의 연계 플레이로 공격의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올림픽(23세 이하)과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이끌 때 신 감독은 측면 수비수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해당 연령대 수비수들이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해 경기력이 떨어졌기 때문. 하지만 연령 제약이 없는 국가대표팀의 수장이 된 뒤에는 달랐다. 신 감독은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인 만큼 감독의 주문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31일 이란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을 앞둔 대표팀 측면 수비수들은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신 감독이 꺼내 들 수비 전형에 따라 주전과 벤치 멤버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각각 2년, 3년 6개월 만에 대표팀에 뽑힌 김민우(수원)와 고요한(FC서울)은 스리백 수비를 염두에 둔 발탁으로 볼 수 있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김민우는 수원의 스리백 전술에서 왼쪽 윙백으로 출전하고 있고, 고요한도 최용수 감독 시절 서울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변신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스리백 전술에서 좌우 미드필더는 수비수 역할을 병행한다. 세 명의 중앙 수비수가 있기 때문에 측면 자원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설 수 있다. 이 때문에 공격 성향이 짙은 측면 수비수들이 윙백으로 기용되는 경우가 많다. 김민우는 올 시즌 수원에서 6골을 터뜨렸다. 그는 “공격과 수비 포지션의 경험이 모두 있기 때문에 경쟁을 이겨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고요한은 올 시즌에 공격 능력을 살려 공격형 미드필더로도 나서고 있다.
신 감독이 포백 수비를 쓸 때는 전북의 좌우 수비수 김진수와 최철순을 중용할 가능성이 있다. 포백에서는 중앙 수비수 둘이 있어 측면 수비수가 공격에 가담했을 때 반대쪽 측면 수비수가 수비 지역에 남아 수비수 수를 3으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수비수들 간의 호흡이 중요한 전술이기 때문에 소속팀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김진수와 최철순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전북은 스리백보다는 포백을 많이 활용한다. 김진수는 빠른 발을 앞세운 돌파로 대표팀 측면 공격에 힘을 보탤 수 있다. 그는 “스리백이든 포백이든 전술에 따라 포지션을 소화할 준비가 돼 있다. 왼쪽 측면 자리에서 공격력은 김민우가 우위지만 수비는 내가 좀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투지 넘치는 수비가 강점인 최철순은 “동료들이 한 번이라도 더 공격에 집중할 수 있게 뒤에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측면 수비 자원들이 공격에 가담했을 때 이들의 크로스를 활용한 공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체제에서 치러진 최종예선 8차전 카타르전에서 대표팀의 크로스 정확도는 15.4%에 불과했다. 당시 가장 많은 크로스(4회)를 시도한 선수는 김진수였다. 장 해설위원은 “‘슈틸리케호’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정적이어서 측면에서 원활하게 크로스를 올릴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지 못했다”면서 “신 감독은 선수들 간의 유기적 움직임을 통한 공간 창출 등을 강조하기 때문에 크로스를 통한 공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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