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로스의 지긋지긋한 그물수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5일 03시 00분


이란사령탑 부임후 한국 4전패… “공수 전환 등 빨라야 뚫는다”

“‘수비 명장’이 이끄는 이란, 스피드로 넘어라.”

카를루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64·사진)은 능력을 인정받은 지도자다. 축구 강국 포르투갈 출신으로 포르투갈 대표팀 사령탑을 지냈고 명문 클럽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도 지휘했다. 2002∼2003년과 2004∼2008년 두 번에 걸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잉글랜드)의 수석 코치로 일했다. 당시 감독은 전설의 거장 알렉스 퍼거슨(76)이었다. 둘은 맨유의 황금기를 합작했다. 퍼거슨 감독은 2010년 케이로스 감독이 포르투갈 대표팀 사령탑 해임 위기에 처했을 때 포르투갈까지 날아가 “그와 맨유에서 보낸 시간은 환상적이었다. 그는 실력 있고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다. 그래서 연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맨유의 수석 코치 시절 케이로스 감독은 퍼거슨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아래 수비 전술을 전담했다. 맨유에서 보여준 능력은 2011년 이란 사령탑을 맡은 뒤에도 그대로다. 이란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8경기에서 무실점(8득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골을 먹지 않았으니 패배도 없다. 이란은 최종예선 8차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꺾고 승점 20점(6승 2무)을 만들며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이란은 지금까지 4차례 월드컵 본선에 올랐지만 2회 연속 진출은 처음이다. 케이로스 감독이 만들어 냈다. 승점 13점(4승 1무 3패)의 한국은 이란보다 골을 많이 넣었지만(11득점) 10골이나 내줬다.

한국은 케이로스 감독에게 4전 전패를 기록하고 있다. 그가 부임하기 전인 2011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1-0으로 이긴 게 마지막 승리다. 이후 4경기에서는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잇달아 0-1로 졌다. 한국 팬들에게 ‘주먹 감자’로 원성을 들었던 케이로스 감독이지만 이란에서는 국민적인 영웅이다. ‘침대 축구’로 악명 높았던 이란의 실력을 확실히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이란은 24위, 한국은 49위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지금의 이란은 공수 밸런스는 물론 개인별 기본기도 우리보다 나아 보인다. 지루했던 과거 스타일에서 진일보했다”고 분석했다.

철옹성 같은 이란의 수비를 뚫기 위해서는 스피드가 중요하다. 한 위원은 “공수 전환, 좌우 방향 전환, 볼 없는 선수들의 움직임 등 3가지 스피드가 이란보다 빨라야 골을 터뜨릴 수 있다. 본선 진출을 확정한 이란이 이전과 달리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는데 그걸 잘 이용하는 것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란 수비#카를루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맨유 수석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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