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컵을 노리는 KIA의 2017 KBO리그 여정이 막바지로 갈수록 험난하기만 하다. 한때 2위 두산에 8게임차까지 앞서며 우승 8부 능선을 넘는 듯 했지만, 6연패 수렁에 빠지며 격차가 현격하게 줄어든 상황이다. 대업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영광을 잊고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KIA로서는 17일 두산전부터 시작된 열흘간의 일정이 유독 뼈아팠다. 광주에서 ‘난적’ NC와 2연전을 쓸어 담으며 기분 좋게 잠실원정을 떠났으나 마주한 결과는 처참했다. 2경기에서 단 2득점에 그치면서 곰 군단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악몽이었던 6연패의 첫 시작이기도 했다. 19일 광주로 돌아온 KIA는 당시까지만 해도 중위권 싸움에서 다소 힘이 빠져 있던 SK를 상대했다. 깜짝 선발카드 배힘찬을 내세워 승리를 노렸지만, 잠실 원정보다 더 슬픈 패배를 기록했다. 무려 20안타를 내주는 졸전 끝에 1-13의 대패를 떠안았다.
하루 휴식을 취했지만 연패 사슬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중위권 싸움에 기를 쓰고 달려드는 롯데가 예상치 못한 일격을 가했다. KIA는 22~23일 에이스 양현종~헥터 노에시를 잇달아 출격시켰으나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두 경기에서 7실점씩을 기록해 연패 숫자는 어느새 ‘5’까지 늘었다.
설상가상 하위권 한화에게는 고춧가루 세례까지 받았다. 우천순연으로 인해 한 경기만 열린 25일 대전 원정에서 3-6의 석패를 당했다. 6연패 수렁에 빠진 채 마산 원정을 떠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2위 두산이 연전연승을 기록하며 맹추격해 오고 있었기에 KIA는 조급할 수밖에 없었다.
26일 마산 NC전은 경기 초반부터 KIA의 무난한 승리 페이스였다. 오랜 기간 침묵했던 나지완의 홈런포가 터졌고, 김주찬과 최형우의 적시타도 필요한 순간마다 터지면서 8-3의 넉넉한 리드를 가져갔다. 그러나 9회가 문제였다. 대수비 유재신이 연속해서 실책을 저지르며 추격 점수를 허용했고, 자리를 바꾼 서동욱마저 실책을 범해 8-7까지 쫓겼다. 김세현이 재비어 스크럭스를 삼진으로 잡으며 가까스로 경기를 마무리했으나 분명 씁쓸함이 남는 경기였다.
KIA는 전반기 5월부터 1위에 올라 지금까지 줄곧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지막 고비가 8월 중순 이후 찾아왔다. 김기태 감독은 “우리 성적을 잊고, 항상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다. 김 감독의 외침이 어느 때보다 더 크게 울려 퍼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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