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항상 부르짖은 페어플레이와 가장 거리가 멀다. 거칠고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일삼는다. 앞서고 있을 때면 약간의 충돌에도 그라운드에 드러누운 채 하염없이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렇다고 경기장 밖의 매너가 좋은 것도 아니다. 원정 팀에게는 그들이 즐겨 활용하는 해발 1200m 고지대 스타디움도 악명 높지만 손님대접은 더 형편없다. 사전 답사를 위해 현지로 직원을 파견해도 소용없다. 약속된 사안을 손바닥 뒤집듯 바꿔 모두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이렇듯 이기적인 행동을 일삼지만 정작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되는 듯하면 난리법석을 떤다. 낯 뜨거울 정도로 요란하게 불만을 드러내고, 곳곳에 불평을 전달해 시정을 요구한다. 8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만날 이란은 ‘비매너’의 상징이다. 과거 페르시아 왕국의 대범함은 찾을 수 없다.
한국축구대표팀이 이란 원정을 떠날 때마다 이런저런 사건들이 끊이질 않는다. 훈련장을 일부러 먼 곳을 배정하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은 차라리 애교다. 사전 예약된 숙소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사용할 수 없게 된 적도 있다. 다른 이들에게는 멀쩡히 영업을 하면서 한국만 제외 대상이다.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당시 우리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주먹감자를 날려 비호감이 된 이란대표팀 카를로스 케이로스(포르투갈) 감독은 8월 26일 입국하면서 “한국은 어려운 상대다. 강호와 대결하는 것은 배움과 발전의 기회를 제공 한다”는 빤한 립 서비스를 했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하루 만에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한 우리의 과거를 들먹였다. 선수단 숙소가 있는 김포와 가까운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 보조구장에서 훈련하기에 앞서 “(훈련장) 잔디 질이 좋지 않다. 월드컵을 열었던 한국 팬들이 부끄러워할 일”이라고 주먹감자 대장은 지적했다.
이는 이란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다. 한국 원정을 앞두고 이란은 축구협회 차원에서 누구도 답사를 오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에 훈련장 정보를 요청했고 인천아시아드 보조구장, 파주공설운동장 등을 추천받았다. 선택은 직접 이란이 했다. 예산이 부족해서인지, 다른 이유에서인지 한국 원정에 유난히 무신경했다. 그러면서 “우린 무실점, 무패로 월드컵 본선에 오를 것이다. (최종예선 2위 싸움을 벌이는) 한국, 우즈베키스탄의 행운을 빈다”고 약을 살살 올렸다.
뿐만 아니다. 선수단 연락 담당자를 구하면서 페르시아어 대신 영어를 잘하는 인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팀 내부의 은밀한 이야기를 듣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처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포기한 조직은 스스로 폐쇄적인 집단임을 밖으로 드러낸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우린 손님대접이 후했다. 그래서 갑자기 섭섭하게 할 수도 없다. 받은 만큼 그대로 돌려줄 수도 없지만 정말 형편이 없었는데 굳이 애써 잘할 필요도 없다. 정확히 규정과 원칙대로 처리 한다. 혹여 무리한 요구를 해온다면 정중히 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