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퍼시픽오픈 대역전승
우승과 인연 없었던 붉은 옷 입고 공동12위서 버디만 7개 13언더
시즌 2승 신인왕 굳히고 상금 선두
LPGA 한국 5연승 대기록 앞장
박성현(24)은 평소 빨간색 티셔츠를 입으면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국내 투어 10승과 지난달 US여자오픈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첫 승을 거둘 때 그는 흰색이나 노란색 옷을 입었다.
그랬던 박성현이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처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게다가 한국 선수의 LPGA투어 사상 첫 5개 대회 연속 우승의 새 역사까지 직접 썼다. ‘남달라’라는 별명처럼 남다른 순간이었다.
28일 캐나다 오타와 헌트&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캐나다퍼시픽여자오픈이 바로 그 무대였다. 4타 차 공동 12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출발해 7언더파를 몰아쳐 최종 합계 13언더파로 2위 이미림(27)을 2타 차로 따돌렸다.
전날 박성현은 인스타그램에 2005년 마스터스에서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환호하는 타이거 우즈의 사진과 함께 ‘보고 싶다. 당신 모습’이라는 글을 올렸다(사진).
마지막 날 ‘붉은 공포’라는 말까지 들으며 상대를 압도했던 전성기 우즈가 빙의라도 했을까.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집중시킨 박성현은 “우승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망할 때가 많았던 붉은색 티셔츠를 모처럼 꺼냈는지 모르겠다. 마음 편히 플레이하다 보니 오히려 잘됐다”며 웃었다.
박성현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는 지난달 US여자오픈(박성현)을 시작으로 마라톤클래식(김인경), 레이디스 스코티시오픈(이미향), 브리티시여자오픈(김인경)에 이어 5연속 우승의 대기록을 세웠다. LPGA투어 5연속 우승은 낸시 로페스(미국)와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기록한 적이 있다. 당시의 5연승은 특정 선수 한 명이 기록했지만 한국의 5연승은 여러 명이 번갈아 기록했다. 그만큼 실력 있는 한국 선수가 많다는 증거다.
박성현은 “한국 선수들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웃음). 그 5연승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 있어 영광이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국 선수들의 5연승 가운데 4승이 역전승이었다. 이미향은 이번 시즌 최다인 6타 차 열세를 뒤집었다. 역전 우승한 4명의 마지막 날 평균 스코어는 6.5언더파. 마지막 날에는 코스를 가장 어렵게 세팅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한국 선수들은 고도의 집중력으로 몰아치기에 나섰다. “모든 게 조화로웠다”는 말대로 박성현 역시 이날 268야드의 장타를 날리면서도 페어웨이 안착률과 그린 적중률이 모두 85%에 육박했고, 퍼트는 28개로 막았다.
초대형 루키 박성현은 신인상을 굳혔으며 상금(약 187만 달러) 순위에서도 선두에 나섰다. LPGA투어에서 신인상과 상금왕 동시 석권은 2009년 신지애 이후 없었다. 박성현은 평균 타수(69타)와 올해의 선수(130점) 부문에서도 2위에 올랐다. LPGA투어 역사상 상금왕, 신인상,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상(베어트로피)을 휩쓴 경우는 1978년 낸시 로페스가 유일하다. 중학교 시절 정상에 오르려면 남과 달라야 한다는 교사의 말에 감명받아 ‘남달라’라는 별명을 스스로에게 지은 박성현의 시선이 남다른 목표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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