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월드컵 축구 대표팀이 오늘(31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명운(命運)을 걸고 이란과 한판 맞대결을 벌입니다. 한국은 이 경기 전까지 4승 1무 3패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2위에 올라 있습니다. 만약 오늘 한국이 이란(1위)을 꺾고, 3위 우즈베키스탄이 중국에 패하면 한국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하죠.
이제 한국은 월드컵에 못 나가면 이상한 나라가 됐지만 1986 멕시코 월드컵 이전만 해도 본선 진출은 언감생심이었습니다. ‘그 덕에’ 한국은 전 세계 211개 축구 대표팀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은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네, 제대로 읽으신 게 맞습니다. 한국 대표팀은 지금까지 총 506승을 거뒀는데 이는 전 세계 대표팀 가운데 5위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월드컵 본선에 못 나간 덕’이라고 말씀드린 건 그 때문에 메르데카컵, 박정희 대통령컵 쟁탈 아시아축구대회(대통령배), 킹스컵 같은 아시아권 대회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쉬운 상대와 맞붙어 비교적 쉽게 승수를 쌓았다는 뜻입니다.
말레이시아에서 해마다 열리는 메르데카컵은 이제 열혈 축구팬이 아니면 이름도 알기 힘든 게 현실. 한국은 이 대회에 1960년부터 참가하기 시작해 1987년 마지막으로 국가대표팀을 보낼 때까지 총 97경기를 치러 62승(23무 12패)을 기록했습니다. 월드컵 지역 예선(81승)을 제외하면 한국 축구 대표팀이 승리를 많이 추가한 단일 대회가 바로 이 메르데카컵이죠. 이 대회에서 한국은 11번 우승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승리를 많이 거둔 건 대통령배였습니다. 한때 ‘팍스컵’이라고 부르기도 했던 이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52승을 추가했죠. 이 대회에는 각국 국가대표팀뿐 아니라 클럽팀이 참가하기도 했고, 한국은 청룡(대표팀) 백호(상비군) 등으로 나눠 여러 팀이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이 아시아경기에서 52승, 아시안컵 본선에서 32승을 거뒀다는 걸 참작하면 이 두 대회에서 얼마나 많이 이겼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태국에서 열리는 ‘킹스컵’에서도 25승을 추가했습니다.
연도별로 보면 이들 대회에 집중했던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한국 대표팀이 승리를 많이 거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대국별로 보면 한국이 제일 많이 이긴 나라는 일본(40승)입니다. 이어서 인도네시아와 태국을 상대로 각 31승을, 말레이시아에 25승을 거뒀죠. 그다음으로 많이 이긴 나라는 홍콩(22승), 싱가포르(20승) 등이었습니다.
오늘 맞붙는 이란과는 29번 맞붙어 9승 7무 13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란을 상대로 최근 4연패에 빠져 있는 상황. 과연 한국은 이 사슬을 끊고 러시아행 티켓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