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신재영, NC 이재학, LG 김지용의 공통점은 극단적인 ‘투-피치(Two-pitch) 투수’라는 점이다. 신재영과 김지용은 직구와 슬라이더를, 이재학은 직구와 체인지업으로 승부 한다. 이재학은 선발로서 3년 연속 10승을 달성했고, 신재영과 김지용도 지난해 단 두 개의 구종만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야구전문가들은 투-피치 투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제3 구종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실제 올 시즌 세 명은 나란히 부진을 겪었다. 이들의 주무기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렇다면 투 피치 투수들은 ‘정글’ 같은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눈에 익은 구종’ 투-피치의 한계
지난해 신인왕까지 거머쥔 신재영은 올 시즌 부진했다. 14번의 선발등판에서 5승5패, 방어율 4.97을 기록했다. 지난해 30경기에서 15승7패, 방어율 3.90을 올린 것과 상반된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결국 그를 중간계투로 보직 변경했다. 장 감독은 신재영의 문제점으로 제구력 감소를 꼽았다. 장 감독은 “지난해에는 스트라이크존 양 옆을 활용하는 제구력이 뒷받침됐다”며 “올해는 제구가 흔들리면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재응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신재영은 빼어난 제구력과 더불어 슬라이더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지만 올해는 위력이 감소했다”며 “또 타자들의 눈에 구종이 익으면서 난타를 당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투-피치 투수는 그런 부분에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드-피치? 투-피치 유지?
투-피치 투수들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드-피치(third-pitch) 장착을 시도한다. 신재영은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체인지업을, 김지용은 스플리터를 준비했다. 이재학은 투심패스트볼, 커브 등을 가다듬으려고 노력했다. 문제는 제3의 구종을 장착하려다가 자신의 주무기가 흔들리는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다.
장 감독은 “투-피치 투수는 확실한 무기를 쥐고 있어야한다”며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던지든지, 제구력이 뒷받침되든지, 변화구가 위력적이든지 극단적인 장점이 있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기가 쉽게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위원 역시 “투-피치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확실한 무기를 쥐고 있어야한다. 만약 안 되면 제3의, 제4의 구종을 장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장 감독은 또 하나의 해결책으로 ‘쓰임새’를 꼽았다. 장 감독은 “신재영뿐만 아니라 윤영삼도 극단적 투-피치 투수다. 원래 선발로 등판을 시키다가 바꾼 것도 한계점이 보였기 때문이었다”며 “중간계투로 활용하면서도 웬만해서는 타순을 한 바퀴 이상 돌리지 않으려고 한다. 신재영도 ‘롱맨’으로 활용하되 2이닝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최대 3이닝(9타자) 이상은 맡기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