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6만여 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하거나, 두 손에 든 빨간색 ‘클래퍼’(박수 소리가 나는 응원도구)를 흔들 때 관중석에는 ‘붉은 물결’이 일었다. 그들이 목이 터져라 외치는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 소리에 심판의 휘슬 소리와 작전을 지시하는 감독들의 날카로운 소리도 모두 묻혔다.
이란의 안방 구장 아자디 스타디움(7만8116석)이 ‘원정 팀의 무덤’이라면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6만6704석)에 모인 한국 팬들은 경기장을 ‘이란의 무덤’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날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염원하는 6만3124명의 팬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날 관중 수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역대 관중 9위에 해당한다. 이 경기 전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에서 6만 관중을 넘긴 것은 18차례 있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로는 3번뿐이었다. 이 경기를 보기 위해 부산에서 온 김진호 씨(23)는 “대표팀이 난적인 이란을 꺾고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명성을 되찾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며 웃었다.
대한축구협회가 배포한 빨간 티셔츠를 입고, ‘끝까지 함께’라고 적힌 응원 도구를 든 이들의 모습에 경기장을 들어서는 이란 선수들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신태용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은 경기 전 전광판에 나온 영상에서 “이란 원정 때는 아자디 스타디움의 ‘검은 물결’이 위협적이었다. 이번에는 우리가 상대를 놀라게 할 차례다. 웰컴 투 서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이란 방문경기 당시에 이란 팬들은 이슬람 추모일을 맞아 검은 옷을 입고 광적인 응원을 펼쳤다.
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까지 온라인으로 내놓은 입장권만 5만9000여 장이 판매됐다.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는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앞에서 ‘암표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암표상들은 5만 원짜리 1등석을 7만∼8만 원에 팔고 있었다. 한 암표상은 “평소에는 야구장 근처에서 (암표를) 팔았지만 오늘은 축구장이 ‘대목’이라 장소를 옮겼다. 30분이 지날 때마다 가격을 5000원씩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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