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크도 최종전 국민적 관심
교민 “우리 응원단에 돌 던진 적도”… 신태용호는 공항 환영행사 생략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를 앞둔 3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부뇨드코르 스타디움(3만4000석).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매표소에는 50여 명의 우즈베키스탄 팬이 줄을 서 있었다. 한 팬은 “우즈베키스탄의 첫 월드컵 진출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에게 “표가 필요한가?”라고 물은 다른 팬은 표를 사재기한 뒤 되팔고 있었다. 그는 “이제 몇 장 안 남았다. 정상가는 3만5000숨(약 9000원) 정도다. (매진된) 그라운드 중앙 인근 자리는 10만 숨(약 2만6000원)이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축구는 우즈베키스탄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스포츠다. 우즈베키스탄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폭락한 상태다. 100달러(약 11만2000원)를 환전했더니 수백 장의 숨이 ‘돈다발’로 건네졌다. 3일 기준으로 우즈베키스탄 은행과 호텔에서 공식 환율은 1달러에 4290숨이다. 현지인들에 따르면 암시장에서는 1달러에 8000숨까지도 교환을 해준다고 한다. 돈뭉치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식당마다 ‘지폐 계수기’가 있을 정도다. 타슈켄트 소재 호텔 직원 아지즈 씨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축구가 열리면 경기장은 가득 찬다. 우즈베키스탄 대표팀이 한국을 안방에서 처음 꺾고 기쁨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일 부뇨드코르 스타디움 인근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전통 명절을 맞아 풍습에 따라 양을 도축하면서 자국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열성적인 우즈베키스탄 팬들의 돌출 행동을 우려해 ‘신태용호’는 1일 타슈켄트 공항에서 별도의 환영 행사도 치르지 않고 숙소로 향했다. 김도윤 우즈베키스탄 한인회장(52)은 “과거에 한국이 승리하면 우즈베키스탄 팬들이 우리 응원단을 향해 돌을 던지기도 했다. 한국 축구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팬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교민 600여 명은 경기장을 찾아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이란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6만여 명이 ‘붉은 물결’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응원단보다는 물론 적겠지만 빨간 티를 맞춰 입고 태극전사에게 힘을 실어주겠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전과 같은 시간(5일 밤 12시·한국 시간)에 열리는 시리아-이란 경기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3일 현재 최종예선 A조 3위 시리아(승점 12·골득실 +1)가 이란을 꺾고, 2위 한국(승점 14·골득실 +1)과 4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골득실 ―1)이 비기면 시리아가 최종 2위로 본선 직행 티켓을 획득한다. 한국은 3위로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고 우즈베키스탄은 탈락이다.
한편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이란전(0-0 무) 당시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같은 시간 진행되던 우즈베키스탄-중국의 경기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공격수의 늦은 교체 투입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경기 막판 1골만 넣고 이겼어도 본선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기 때문. 대표팀 관계자는 “마지막 경기는 경쟁 국가의 경기 결과도 중요하기 때문에 코칭스태프가 실시간으로 다른 경기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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