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안치홍(27)에게 올 여름은 유독 힘든 계절이었다. 경찰 제대 후 처음으로 소화한 풀타임 시즌.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정규시즌 일정에 무더위까지 겹치니 매 출전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급격하게 소모되는 체력만큼이나 그를 지독하게 괴롭혔던 것은 흔들리는 타격 밸런스였다. 안치홍은 6월까지만 해도 소위 ‘잘 나가는 타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꾸준히 3할 대 타율을 유지하면서 홈런도 10개를 기록해 KIA 타선에서 ‘윤활유’ 역할을 했다. 6월에는 월간 타율 0.361를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치며 같은 기간 팀 동료 김선빈, 이명기, 최형우 다음으로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무더위가 시작된 7월부터 밸런스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반까지 멀티히트도 수차례 기록하며 제 몫을 하는가 싶더니 7월 말부터 안타 생산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후 8월까지 1안타, 혹은 무안타로 경기를 마치는 경우가 꽤 자주 보였다. 안치홍은 4월부터 6월까지 매 월 26개 이상의 안타를 때렸는데, 7월과 8월에는 18안타씩을 기록하는데 그치며 월간타율 역시 3할을 기록하지 못했다.
● ‘특타’ 자처, 정공법으로 슬럼프 극복
그는 갑작스레 찾아온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훈련량을 배로 늘렸다. 특타를 자처하며 경기 전·후, 심지어 휴식일에도 타격 훈련을 실시하는 독 오른 모습을 보였다. 극약 처방은 효과를 냈다. 8월 30일 두산전에서 3안타를 때리며 부활조짐을 보이더니 4일까지 9월 3경기에서는 11타수 4안타(0.364)를 기록했다. 홈런과 2루타까지 나오면서 장타력도 시즌 초 모습을 찾아갔다. 안치홍은 “요즘 워낙 못 쳤기 때문에 훈련량을 자발적으로 늘였다. 안 좋은 감을 떨쳐내기 위해 광주에 오면 매일같이 공을 쳤다. 경기 전후로 계속 훈련에 매진하다 보니 결국 실전에서 좋은 타구가 나오더라”고 말했다.
맹훈련 속에서 그가 느낀 점은 꽤 많았다. 안 좋을 때 모습을 복기하며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정말 힘든 여름이었다. 타격 밸런스가 크게 무너졌는데, 슬럼프가 생각보다 오래 가 당황했다. 지친 체력으로 스윙 스피드가 느려진 것이 문제였다. 밸런스를 되찾기 위해 스윙을 몸에 점차 맞추기 시작했다. 밸런스만 맞으면 스윙 스피드는 자연스럽게 올라 갈 것이라 봤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 “개인기록은 욕심 없어. 여기까지 온 이상 팀 우승이 목표”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로 일컬어졌던 두산과의 최근 2연전은 그에게 후반기 터닝 포인트였다. ‘개인기록 보다는 팀 성적’이라는 말을 항상 입에 담고 시즌을 치러 왔기에 절대 놓칠 수 없는 승부였다. 안치홍은 “두산은 워낙 기초가 튼실한 팀 아닌가. 상대만큼이나 우리도 기본에 충실하려 했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보였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당시 경기 소감을 전했다.
두산전에서 2연승을 챙기며 격차를 벌렸지만 그에게 방심이란 없다. 정규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그는 “여기까지 왔는데, 팀이 1위로 시즌을 마치는 게 최종 목표여야 하지 않겠나.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다. ‘내가 안타를 몇 개 더 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보다 ‘무엇을 하면 팀이 몇 승을 더 챙길 수 있을까’라는 쪽으로 온 신경을 집중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슬럼프 기간에는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이제는 나 자신을 내려놓고 팀을 위해서만 뛰고 싶다. 체력적인 문제로 더 이상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 한 경기라도 더 나가 이제까지 부족했던 점을 만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KIA 안치홍은?
▲1990년 7월 2일생 ▲구지초~대치중~서울고 ▲우투우타 ▲키 178㎝·몸무게 94㎏ ▲2009년 KIA 입단(2차 1라운드 1순위) ▲2017년 연봉=2억2000만원 ▲프로 경력=KIA(2009~2014년)~경찰야구단(2015~2016년)~KIA(2016~현재) ▲2017년 성적=110경기 타율 0.318(406타수129안타), 15홈런, 71타점, 78득점, 7도루(4일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