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격투기의 간판 ‘코리안 좀비’ 정찬성(30)과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26)가 오랜만에 만나 같은 체급에서 서로의 격투 인생을 걸자는 결의를 다졌다.
UFC 페더급(65.77kg 이하)에서 5위(정찬성), 12위(최두호)에 올라 있는 둘은 올해 챔피언타이틀 도전에 한 발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었다. 그러나 올 7월 나란히 출전하려던 ‘UFC 214’ 직전 무릎(정찬성)과 어깨(최두호) 부상으로 기회를 날렸다.
UFC의 흥행 보증 수표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가 라이트급으로 떠난 뒤 페더급은 ‘군웅할거(群雄割據)’ 시대를 맞고 있다. 맥스 할로웨이(26·미국)가 맥그리거 못지않은 강적 조제 알도(조제 아우두·31·브라질·1위)를 꺾고 챔피언이 됐지만 상위 랭커들의 실력은 백중세다. 알도가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데다 ‘터줏대감’ 프랭키 에드거(36·미국·2위), 7월 정찬성과 대결하려 했던 리카드로 라마스(35·미국·3위), 지난해 말 최두호를 꺾은 컵 스완슨(34·미국·4위) 등이 호시탐탐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둘은 어떻게든 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야 할 입장이다. 2월 데니스 버뮤데즈(31·미국·11위)를 KO로 꺾은 정찬성은 “일단 두호보다는 좋은 위치에 있다. 맥그리거가 없는 구도에서 상위 랭커들의 실력은 비슷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알도와 다시 싸우고 타이틀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정찬성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2013년 당시 챔피언이었던 알도와 타이틀전을 펼쳤으나 경기 도중 어깨 부상으로 4라운드 TKO패 했다.
패배의 경험, 재활의 시간, 절대 강자가 없는 페더급의 현재 구도를 둘은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두호는 “컵 스완슨전 이후 기본 체력도 약하고, 힘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는 것도 알게 됐다”며 “스파링 훈련에서는 100%가 아닌 보통 50∼60%의 힘만 쓰기 때문에 제대로 체력 보강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샌드백도 치고 체육관 밖 체력 훈련도 하고 있다. 기본으로 돌아가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정찬성은 “두호한테 미안한 말이지만 그래서 져봐야 한다. ‘센 놈’을 만나서 진 거니 좋은 경험을 한 것”이라고 공감했다. 이어 “나도 알도에게 지고 나서 못 보여준 게 많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나를 내려놨다. 이번에도 무릎을 다쳤지만 잘 다쳤다는 마음이 든다. 약한 하체 운동을 하게 됐기 때문”이라며 “스타일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신체적으로 더 강해질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말했다.
어깨 부상에서 거의 회복한 최두호는 바짝 ‘독’이 올라 있다. “UFC 측에 11월에 경기를 잡아달라고 했어요. 그동안 연습한 전략만 경기에서 쓰려다 보니 공격 옵션이 점점 줄더라고요. 앞으로는 상황에 맞게 제 스타일대로 경기를 하겠습니다. 열심히 운동하면 역효과가 나는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준비를 제대로 할 겁니다.”
스완슨과의 재경기 생각은 없다. 최두호는 “압도적으로 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찬성 형이 스완슨과 붙으면 이길 것 같다”며 복수의 칼자루를 선배에게 쥐여줬다. 정찬성은 “웬만하면 붙기 싫은데”라면서도 웃음으로 후배의 뜻을 받았다. 무릎 수술을 한 정찬성은 “내년 초 스파링을 하고 5월에 복귀할 것”이라고 했다.
절친한 사이인 둘이 동시에 지금보다 상위권에 올라 타이틀 도전이 가시화될 경우 맞대결을 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정찬성은 “오랜만에 두호와 만나서 이런 얘기를 하니 어색하다”면서 “두호가 붙자고 해도 나는 붙지 않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며 웃었다.
라이트급으로는 체급을 올릴 생각이 절대 없다는 둘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맥그리거가 페더급에 없어서 다행”이라고 엄살을 부렸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맥그리거도 둘의 경기를 보고 놀라 다시 페더급에 관심을 갖게 할 정도로 화끈한 복귀전을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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